[문화산책] 이야기가 있는 노래마을

  • 입력 2011-12-08  |  수정 2011-12-08 07:20  |  발행일 2011-12-08 제23면

필자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2000년, 지인들과 합창단을 창단했다. 이름을 뭐라 할까 같이 고민한 끝에 ‘이야기가 있는 노래마을’이라는 뜻의 ‘얘노을합창단’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

얘노을합창단은 처음 30여명의 작은 규모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5개의 합창조직을 가진 ‘얘노을 뮤직센터’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얘노을합창단은 창단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고수해온 몇 가지 원칙이 있다.

합창단이 창단할 무렵, 우리 음악계에서 아마추어 합창단 공연은 거의 무료로 열리고 있었다. 관객동원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생각을 다르게 하기로 마음먹고, ‘초대권 없애기 운동’을 시작했다.

먼저 단원에게 유료 공연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했고, 직접 나서서 티켓을 판매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지금까지 공연때마다 거의 전석 매진의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얘노을합창단은 각종 대회의 수상기록도 화려하다. 대전에서 열린 ‘전국 합창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창원에서 열린 ‘합창그랑프리 대회’에서도 첫회에 최고상을 수상했다. 또한 매년 송년음악회를 개최하고, 대구의 원로 음악인을 대상으로 ‘올해의 음악인’ 시상식도 마련하고 있다.

송년회에서는 얘노을의 모든 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각자 작은 선물들을 준비해 나누는 시간도 가진다.

현재까지,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금을 단 한푼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회비와 연주수익 등으로 운영해나가고 있다. 200여명의 순수 아마추어 단원이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헌신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지금껏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우리 얘노을 식구가 정말 자랑스럽다. 뿐만 아니라, 내 마음 속에 늘 이들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함을 품고 산다.

신문의 귀한 지면을 빌려 이렇듯 얘노을을 소개하는 것은 단지 자랑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정말 갈수록 삭막해지는 삶속에서 서로를 배려할 줄 알고, 조금씩 양보하는 것을 미덕으로 배우며,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마음을 노래속에서 몸으로 익혀가는 귀한 단체들이 더욱더 많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이재준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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