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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0년이 훨씬 지나 끼리끼리 만나던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서 동기회를 결성하게 되었다.
만나자마자 바로 알아보는 친구도 있었지만, 학교 다닐 때에는 아예 몰랐던 친구도 있었다. 그 중에 두 살 많은 동기도 몇 명 있었지만 고등학교 동기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만난 친구보다 훨씬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거의 매일 통화하거나 문자하지 않으면 이상해질 정도의 사이로 바뀌었다.
동기회는 성적순이 아니라서 공부 못한 순으로 직책을 하나씩 맡았다. 그래도 회장은 우리보다 조금 더 똑똑해야겠다는 생각에 그 중 제일 나은(?) 친구가 맡았다. 괜한 이유를 만들어 점심을 같이 먹고 집사람 눈치를 보면서도 밤늦게 슬슬 기어나가 친구들과 어울리곤 했다. 그러다가 이제껏 하지 못했던 ‘사은의 밤’ 프로젝트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일사천리로 일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서로 업무 분장을 했다.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새벽까지 술 한잔하기를 석 달 정도. 드디어 그 날이 다가오고 여타의 ‘사은의 밤’과 다른, 선생님을 위한 사은의 밤이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사은의 밤을 준비하면서 고교 시절로 돌아가 아이처럼 삐치고 싸우는 그런 일상도 있었지만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사은의 밤 당일, 선생님께서 주인공처럼 입장해 말씀도 많이 하시고, 노래도 부르고…, 온전히 선생님을 위주로 행사를 마쳤다. 돌아가시는 선생님 중 한 분이 물으셨다. “너희 동기들은 2차 가서 노래하나?” 답은 “ㅎㅎㅎ”.
최근 교권 추락 사건을 접하면서 ‘지금의 학생들이 졸업하고 20년이 지난 후에 은사님을 생각하고 기릴 수 있을까. 과연 지금의 선생님은 우리가 공부할 때처럼 인생의 의미를 얘기하실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러저런 복잡한 생각은 바쁜 일상 중에 뒤로 돌려놓고, 공부하고 있는 인생의 후배에게 한 말씀 전한다면 ‘지나고 보니 그 시절의 선생님 말씀대로 했더라면’하는 후회가 든다는 것이다.
곽종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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