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의 마른(Marne) 대로에는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 아침 시장이 선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부터 잡화까지, ‘있어야 할 것은 다 있는’ 전통시장이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장이 서고, 오후 1시 이후에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자취를 감춘다.
1998년 어느 이른 아침, 시장 어귀에서 폴 할아버지를 처음 만났다. 덥수룩한 수염과 무뚝뚝한 인상의 그는 직접 기른 채소나 과일을 가져오는데, 품목이 서너 가지에 양도 얼마 되지 않았으며, 그것을 팔려는 노력은 일절 하지 않았다. 탐스러운 빛깔의 과일과 채소, 호객의 목소리가 넘쳐나던 아침시장의 풍경과는 대조적인 모습의 가게임이 틀림없었다.
이 가게에서 처음 산 것은 매화 나뭇가지 한 다발이었다. 싸늘했던 그 겨울에 소담스럽게 피는 꽃을 보면서 봄이 오기 전에 아주 따뜻하고 운치 있는 봄을 느꼈고, 몹시 고마웠다.
이후 시장에 갈 때면 항상 할아버지의 모습을 찾게 되었는데, 그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 약 5년 동안 이 이상한 가게의 단골로 지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자두 몇 알을 사고 돌아서는데, 구석에서 봉지 하나를 꺼내더니 산기슭의 텃밭에서 야생으로 자란 사과라며 가져가라 했다. 크기가 아기 주먹만 하고, 모양은 울퉁불퉁했고, 연두색의 꼭지 끝에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잎사귀가 달린 것들이었다. 분명히 볼품없고, 풋내나는 사과를 받아왔는데 하루 온종일 청량하고 맑은 기운에 마음이 설렜다.
이른 봄꽃이 끝나면, 폴의 가게에는 꽃이 없다. 꽃이 찬란한 계절에는 꽃나무 가지를 가져오지 않는다. 겨울이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 앙상하지만 봉오리가 맺힌 꽃나무 가지를, 다디단 과일이 넘쳐날 때는 시큼하고 못생긴 사과를 건넸다.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가게에서 폴과 나는 단지 과일 몇 알을 팔고 산 것이 아니었다. 폴이 전해 준 것은 그가 느꼈던 좋은 기운과 그가 보았던 행복한 풍경이 아니었을까.
정유지 <섬유조형예술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이상한 가게](https://www.yeongnam.com/mnt/file/201112/20111219.01023072841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