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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독일 남부지방에서 작품 활동을 할 때의 이야기다.
그 때 한국에서 친오빠로부터 두 권의 책을 소포로 받았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 때 살던 도시는 한국 사람이 많지 않아, 한국 책을 구해서 읽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업하다가 따분할 때는 마땅히 읽을거리가 없어 독일 책을 읽기 시작하던 때이기도 하고, 또 독일 책에 점점 적응을 할 시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글로 된 책을 보니 새삼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오빠가 보낸 두 권의 책은 조선시대 화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중 한 권에서 내 인생의 힘든 시기가 오면 항상 힘이 되는 시를 하나 발견하게 됐다. 한 때는 이 시를 침대 머리맡에 붙여 놓고 힘과 용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 시는 나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항상 용기를 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조선시대의 화가 공재 윤두서의 시 ‘옥’이란 작품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독자들도 어떤 마음이 드는지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리시니/ 오는 이 가는 이 흙이라 하는고야/ 두어라 알 이 있으니 흙인 듯이 있거라.”
아하, 그렇다! 아마도 무명의 예술가라면 모두가 공감을 할 수 있는 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예술가는 흙이 묻은 옥이다. 단지 그 옥을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 흙이 묻은 옥을 돌로 보지 않고 옥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예술가는 어쩌면 그 믿음으로 힘든 작업생활을 견디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 세상에서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많지 않지만 예술이라는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모든 예술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결탁하지 않고 자신의 주관대로 고집스럽게 자신의 성을 쌓아가고 있는 모든 예술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 있기에 지금 우리는 예술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김건예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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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공재 윤두서](https://www.yeongnam.com/mnt/file/201112/20111221.01022073012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