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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 음악인들은 한해를 마감하는 의미에서 다양한 레퍼토리의 송년음악회를 준비한다. 그동안 많은 공연을 하였지만, 나에겐 잊지못할 송년음악회가 있다. 오늘은 그 내용을 소개한다.
2006년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로, 전세계 음악계가 모차르트로 인해 무척 분주했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1년 동안 다양한 모차르트 음악을 연주했는데, 그중에서도 ‘레퀴엠’ 연주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그해 두번의 ‘레퀴엠’ 연주가 있었는데, 첫번째는 ‘통영국제음악제’ 초청으로 통영에서 공연한 것이고, 두번째는 그해 12월 열린 송년음악회에서였다.
문제는 두번째 ‘레퀴엠’ 연주에서 일어났다. 120여명의 합창단과 4명의 독창자, 그리고 갈라 오케스트라 등 총 170여명의 단원이 무대에서 공연했다.
첫곡인 ‘키리에(Kyrie)’ 악장을 시작으로 순탄하게 연주가 진행되었다. 그러다 연주 중간부분이 지나면서 무대 조명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불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별일이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진행했는데, 조금씩 조명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끝내는 완전히 꺼져버리고 말았다. 순간 ‘아, 큰일났다’ 하는 생각으로 어둠 속에서 계속 지휘를 하고 있었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
악보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암보를 하여 연주를 한 것이다. 마침 ‘디에스이레(Dies Irae)’ 부분을 노래하고 있었는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진노의 날’ 또는 ‘심판의 날’이라는 뜻이다.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합창과 오르간, 몇몇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노력으로 연주회는 무사히 마지막까지 연주할 수 있었다.
연주를 마치고 잠시 정적이 흐른 후에 조명이 다시 들어왔다. 그 후로도 몇 번의 깜빡거림은 있었지만, 다행히 무대조명은 더 이상 애를 먹이지 않았다.
지금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하지만, 그런 만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주해준 단원들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아마도 오래 잊히지 않는 ‘한석봉 음악회’로 기억될 듯하다.
이재준<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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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송년 음악회 일화](https://www.yeongnam.com/mnt/file/201112/20111222.01019073949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