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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정작 급한 일이 끝나고 나서야 생각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나름대로 차분하고 조용하고 침착하다고 여기지만 일이 끝나고 나서 그때 이렇게 해야 했을 걸, 좀 더 신중할 걸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당시에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막상 지나고 나면, 그때가 여유 있었고 판단할 여지가 있었던 시간이란 것을 느끼게 된다.
급하다고 뛰쳐나가다 보면 뭔가를 하나 빠뜨려서 다시 돌아오는 일. 급하다고 제대로 챙겨보지 못하고 보내버린 서류에 오탈자나 빠진 부분으로 곤혹스러웠던 일. 급하다고 대충 씻지도 않고 주섬주섬 주워입고 나가다보면 아는 사람을 만나 멋쩍었던 일.
얼마 전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하는 지방브랜드 세계화사업에서 전주한옥마을 브랜드가 ‘SLOW CITY’를 주제로 ‘느리게 먹고 느리고 움직이고 느리게 생각하자’라는 내용의 발표를 했을 때 현대인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최근 업무차 서울에서 지하철로 이동하는 일이 많았는데, 급하게 서두르다 보니 잘못 타고 가는 경우도 있었고, 전화 통화하거나 문자보내다가 몇 정거장을 그냥 지나쳐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혹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서도 자신이 갈 목적지를 머릿속에 외우고 눈으로 힐끔힐끔 정류장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나 자신과 비교하게 되었다.
나는 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잘하지 못하는 것일까?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침착하고 차분하며 옳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그럴까? 조금도 그렇지 않으면서 혼자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자기 착각 속에서 살고 있지는 않은가? 과연 다른 사람이 나를 판단할 때도 나처럼 생각할까? 이런 생각 속에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며 나를 바꿀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다른 사람을 바꾸기 위해서는 너 자신부터 바꾸라”고 얘기하던 선배의 고언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금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곽종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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