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떨어진 꽃을 다시 줍다

  • 입력 2012-01-03  |  수정 2012-01-03 08:29  |  발행일 2012-01-03 제23면
20120103

해가 저물고 다시 새해가 왔습니다. 지나간 달력 속에 박힌 깨알같은 날들을 돌아보니 감회가 없진 않습니다. 뜨거웠던 혹은 미지근했던 일상사 사이, 아쉬움이라는 진부한 표현은 쓰지 않기로 합니다. 무엇을 꼭 소원하거나 이루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게으르게는 보내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그리 바지런하지도 역동적이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뜨겁기를 바랐지만 늘 미온적이었고 서늘하길 바랐지만 그 역시 냉기 없이 미지근한 상태였던 적이 많았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거나 아니면 조금 더 정직한 거리를 유지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질 못하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이기심만 앞세워 관계를 저울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일이든 관계든 냉정과 열정의 묘를 한꺼번에 운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조화석습’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반성하자면 그렇습니다. 아침나절에 떨어진 꽃들을 서둘러 치워버린 것 같은 느낌이 어쩔 수 없이 듭니다. 무엇이든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 대응하고 결과만 보려고 전전긍긍 하진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섣부른 희망에 의존하여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계란 바구니를 들고 가면서 병아리를, 닭을 먼저 상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대문호이자 사상가인 루쉰은 ‘희망이란 길과 같아서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원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는데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희망은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생겨나기도 하지만, 품고 있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여 올해도 희망이라는 계란바구니를 깨트리지 않고 잘 보듬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지나간 달력을 한장 한장 들추어봅니다. 마치 떨어진 꽃잎처럼 쉬이 쓸어내지 못할 날들이 있습니다. 분명 지난했던 날들 속에는 미처 알아보지 못한 향기가 남아있을 것입니다. 임진년 새해, 떨어진 꽃잎들을 다시 줍습니다.

변희수<시인·2011영남일보 문학상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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