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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리꾼이다. 국악 중 하나인 판소리를 하는 사람이다.
판소리는 북을 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춰 한 명의 창자(唱者)가 창(소리), 아니리(말), 발림(몸짓) 등을 선보이는 우리나라 음악이다. 국악은 우리 고유의 다양한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전통예술이자 우리의 감성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적인 예술이다.
좋은 일이 있어도 흥얼거리고 힘든 일이 있어도 흥얼거린다. 화가 치밀어 올라올 때는 한 바탕 깊게 소리를 질러댄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소리하는 사람들은 목청껏 소리 한 바탕 하고 나면 뭉쳤던 마음이 술술 풀릴 것이니 얼마나 좋겠느냐.” 하지만 어찌 사람 마음이 소리 한 자락으로 다 풀리겠는가. 사람의 마음은 사람을 만나서 치유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시조 소리와 어머니의 민요 소리를 들으며 자란 나는 자연스레 소리를 하게 됐다. 어떤 연유로 잠시 소리를 하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 인생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내가 소리를 하는 것은 무대에 서거나 유명한 국악인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마음이 전혀 없을 수야 없지만 늘 소리가 좋아서 했다.
분칠하고 꾸미는 일에 관심없이 사셨던 어르신들이 화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꽃단장을 하고선 내 소리방으로 들어오신다. 딸 같은 나에게 따끈한 커피 한 잔 건네며 한 주간 있었던 일을 나누기 시작하신다.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한참 피워놓은 후에야 소리 한 자락을 하자신다. 어찌 보면 이 분들은 소리를 배우는 기쁨보다 사람 만나는 기쁨으로 오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 또한 똑같다. 그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묻는다. “선생님! 너름새가 뭐예요? 추임새가 뭐예요?”
소리가 좋아 사람 속으로 가는 것인지, 사람이 좋아 소리 속으로 가는 것인지 구분이 안될 때가 많다. 이유야 어찌됐든 나는 사람을 만날 때나 소리를 할 때 늘 설렌다.
국악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다. 우리 삶을 담고 노래하는 인간 모습 그 자체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소리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것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이것이 내가 소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지미희 <대구국악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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