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숫자건강법

  • 입력 2012-01-13  |  수정 2012-01-13 07:18  |  발행일 2012-01-13 제17면

이맘때면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검색해보거나 해묵은 수첩에 기록된 지난 인연들을 체크해보곤 한다. 해가 바뀌었으니 신년인사도 해야겠고, 덕담도 전하기 위해서다.

어떤 내용이 수취인에게 감동을 주고 상대에게 의미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해 보지만 누구나 쉽게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자를 보내기 일쑤다.

이보다 더 좋은 덕담이 있을까. 복 많이 받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타고난 욕구지만 어떻게 해야 복을 많이 받고 건강하게 살며 행복할 수 있는가는 누구에게나 숙제일 것이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고 자족하는 것이 곧 행복이라고 말들은 쉽게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일전에 입담 좋은 지인이 사석에서 ‘숫자건강법’에 대해서 말했다. 하루에 한 번 착한 일하기, 하루에 열 번 웃기, 하루에 백 자 쓰기, 하루에 천 자 읽기, 하루에 만보 걷기 등이 그가 제안한 숫자건강법들이다. 잘 살기 위한 행동강령을 말한 것이다.

이는 나쁜 일만 일삼는 사람이 하루에 한번만 착한 일을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하루를 반성해 보고 단 한번이라도 좋은 일을 하라는 것이다. ‘복 짓는 자에게 복이 오나니… 웃는 자에게 복이 오나니… 성 안내는 얼굴이,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크나큰 공덕’이라는 말도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진정으로 선행을 베푸는 것이야말로 복 짓는 일이 될 것이다.

동양사상에서 십, 백, 천, 만은 숫자의 개념이기도 하지만 많다는 의미도 가진다. 펜이 사라져가고 터치 하나로 문자를 주고받고 기록을 남기는 시대가 왔다. 이젠 좋은 만년필 대신 최신 스마트폰이 졸업시즌 최고의 선물이 됐다. 필체가 좋아 뽑혀다니고 연애편지며 타인의 자기소개서를 대필했다는 얘기는 후손에게 들려줄 수 있는 하나의 무용담이 되어버렸다. 또한 헬스장에 가든지, 운동화를 신고 마음 먹고 걸을 일을 만들지 않으면 생활 속에서 걷기도 힘들어졌다.

이러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 숫자건강법은 삶의 경종을 울리는 커다란 신년 메시지가 아니겠는가.

서정임 <대구차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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