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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생 때 즈음해선 ‘일일호프’가 참 많았다.
학교 안 곳곳에 대자보로, 혹은 주변 술집이나 카페에 일일호프를 알리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가끔은 불치병 환자나 장애인 등을 돕는 명목으로 정말 좋은 일을 위해 열리는 일일호프도 있었지만 대개는 동아리나 동창회, 향우회, 학과 모임 등 대학생활의 낭만(?)을 빙자한 술판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대학가를 나가봐도 일일호프라는 알림을 보기가 힘들고, 대학생을 만나 봐도 이런 문화는 먼 옛날이야기 취급받기 일쑤다.
그런데 얼마 전 이주노동자의 무료 진료를 돕는 등 평소 약자의 권익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인의협) 몇몇 분과의 술자리 중, 일일호프에 가자는 뜬금없는 제안을 받았다. 옛 생각도 나고 일일호프라는 말이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어떤 행사인지 귀담아 듣지도 않고 무작정 일단 가겠노라고 약속했다.
‘어떤 기분이 들까? 어떤 사람들이 올까? 흥청망청 술만 들이켜다 오는 건 아닐까?’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학창 시절 일일호프의 추억까지 들춰내고 있었는데,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그날 일일호프는 북한이주민 지원센터인 ‘공감’에서 주최한 행사였다.
사회 각계각층,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정말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누군가를 위한 일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쓰다니,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역시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란 경험을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삭막해진다고 한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 아직은 따스한 온기가, 약하지만 타오르고 있는 곳도 많다. 바로 이들같은 사람 때문이 아닐까.
새해가 되거나, 한 달이 시작되는 등 새로운 시점을 만날 때마다 우린 많은 계획을 세운다.
올해는 우리 인생목표로, 하나 정도는 이웃을 위한 활동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강두용 <수성아트피아 사업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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