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기억여행⑶

  • 입력 2012-01-19  |  수정 2012-01-19 07:29  |  발행일 2012-01-19 제19면

친구의 승용차로 콘스탄츠 대학에 도착했다. 콘스탄츠 대학 역시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줄 알았는데, 주차장에서 내려 대학 건물 쪽으로 걸어 들어가다 보니까, 주차장이 대학 건물 외곽의 구릉 너머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10여분쯤 걸었을까, 구릉을 돌아서니 소담스럽게 옹기종기 모여 있는 대학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와 나는 대학 건물 안으로 진입하기 위하여 중심으로 이동했다. 그랬더니 그 중심에 놀라운 광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 원형 경기장처럼 생긴 큰 주차장이 버젓이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의문이 들었다. “왜 여기에 이렇게 좋은 주차장을 놔두고 그렇게 멀리 차를 세웠니?” 친구의 대답은 단순 명쾌했다. “여기에는 총장은 물론, 대통령도 차를 세울 수 없어. 장애우 차량만 주차할 수 있어. 만약 장애우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자동차가 여기에 주차할 경우, 운전자가 구속돼.”

당시 한국 대학에서는 장애우를 위한 주차장 설치 요구가 묵살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모 대학에서 어떤 장애우 강사가 주차장 설치를 요구하다가 ‘조용히 있으라’는 통고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러다가 1990년대 말, 공공장소에 장애우 시설을 의무화하면서, 부랴부랴 계단 위에 철판을 깔아 휠체어를 밀고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드는 등 웃지 못할 촌극까지 벌어졌다.

콘스탄츠 대학은 일찌감치 마스터플랜 자체를 장애우 주차장을 중심으로, 장애우가 대학의 모든 시설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역으로 일반인이 불편한 경우까지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대학 당국의 대답은 분명하다. “정상적인 학생이 몸이 불편한 장애우를 위하여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말하자면 콘스탄츠 대학은 이타성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외곽의 일반 주차장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정상인은 차에서 내리라는 ‘대소인하마비(大小人下馬碑)’― 우리나라의 모든 절 입구에 있는― 구실을 하는 셈이다.

임진수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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