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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시장을 갔다가 우연히 수예점을 발견했다. 알록달록하고 포실포실한 실타래를 빼곡히 쌓아놓은 점포 광경이 저절로 발길을 멈춰지게 했다.
수예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보기만 해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노란색 실뭉치를 집어들어 얼굴에 비벼도 보고, 마치 개나리 꽃인 양 향기도 맡아본다. 고운 실타래를 보면서 잠시 어려웠던 어린 시절로 뒤돌아 가본다. 너무 풍족한 삶을 살다보니 좋아도 좋은 줄 모르고, 귀해도 귀한 줄 모르는 지금의 나를 보면 반성해야 할 일들이 많은 것 같다.
어느 날, 친정어머니가 토막난 실을 큰 자루에다 가득 담아오셨다. 인근의 스웨터 짜는 공장에서 얻어서 동네 아주머니들과 나누어 가지고 오셨단다. 언니들과 머리 맞대고 앉아서 밤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우며 한 올 한 올 추려서 길게 매듭을 지어놓으면 어머니는 돌돌 말아서 큰 소쿠리에 담아 놓으셨다.
한가득 담긴 실타래는 알록달록한 것이 마치 꽃잎을 따서 담아놓은 듯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어린 마음에 예쁜 것이 무척 갖고 싶었던 나는 빨간색은 원피스, 노란색은 모자, 초록색은 머플러 등 예쁜 색을 골라 집어 어머니 앞자락에 올려놓고는 빨리 짜 달라며 떼를 쓰곤 했다. 형제가 많은 집의 어린 내게 먼저 옷을 만들어 줄리가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말이다.
자식들 나이 순서대로 옷을 뜨다보면 계절이 바뀌어 추운 겨울에서 어느덧 새 봄이 오고 언니들은 새 옷을 입는다. 그런데 나는 뭔가. 새 옷 입기가 쉽지 않았다. 키가 커버린 언니들이 입던 옷이 내 차지가 됐다.
가끔 언니들이 입던 옷이 아닌, 절반짜리 새 옷을 입기도 했다. 언니들이 입다가 낡거나, 작아지면 다시 풀어서 내 몸에 맞게 짜주셨던 것이다. 새실로 만든 새옷이 좋았지만 그래도 헌실로 만든 옷이나마 새로운 디자인이니 어떤 옷이 완성될까 기대에 차 기다리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 옷을 입고는 누군가 봐주길 기다리며 추운 날 담벼락에 기대어 한참을 서있던 때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복고풍 스웨터를 즐겨 입는다. 음식도 옛날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이 맛있고, 사람도 오래 만난 사람이 편하고 좋은 것 같다. 묵은 장맛이 그러하듯이.
지미희 <대구국악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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