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도심지 인근에서는 헌책방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런 헌책방은 삭막한 도시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보물 같은 존재였다. 필요한 책을 사기 위해, 그리고 필요한 돈을 구하기 위해 책을 사고팔던 헌책방에 얽힌 추억 한 자락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상한 수집벽이었겠지만, 나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데도 헌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었다. 먼지 쌓인 낡은 책이 뭐가 좋았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낡은 책의 맨 앞장에 누군가가 적어둔 몇 줄 되지 않는 짧은 글을 보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했다.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이자,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혹은 스스로 다져보는 결심이기도 한 이 글은 참 다양하고 이채로웠다. 이렇듯 타인의 흔적이 보태진 헌책방 속의 보물은 세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 중 하나였다.
요즘도 나는 누군가에게 선물할 일이 생기면 자주 책을 선물한다. 설령, 상대가 그리 반기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당장 읽히지 않을 수도 있고, 책장의 장식용으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책의 맨 앞장에 누군가를 위한 한 줄 글귀를 적는 순간, 그런 걱정은 사라진다. 누가 알겠는가. 먼 훗날 내가 선물한 책이 오래된 책을 좋아하는 그 누군가의 손에서 아름답게 빛날지. 더해서 내가 담은 마음까지 읽어준다면 더욱 감사할 일이다.
새책이 주는 빳빳하고 향긋한 종이냄새, 잉크냄새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요즘은 더욱 새책보다 헌책이 그립다. 쾌쾌한 헌책 냄새가 나는 헌책방이, 누렇게 변한 종이 위에 누군가가 남긴 손때 묻은 낙서가 그립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처럼 되살릴 순 없다고 하더라도 대구에도 걷고 싶고, 찾고 싶은 헌책방의 명맥이 남아주길 기대한다. 그래야 누군가의 귀한 메모, 그리고 사연, 촌철살인의 한 마디를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강두용 <수성아트피아 사업기획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