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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평소 클래식 음악이라면 손사래를 치던 선배에게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40대 중반을 넘기니 왠지 클래식 음악이 귓가에 맴돌고,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단다. “넌 공연장에서 일하니 얼마나 좋으냐”며 좋은 클래식 공연이 있으면 소개까지 해달란다. 마침 2월에 내가 근무하는 공연장에서 실력도 있고, 팬도 많은 임동혁이란 피아니스트의 공연이 있으니 보겠냐고 권유했다. 그런데 이 양반이 듣기 좋은 클래식 음반도 하나 소개해 달라네.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보다. 그래서 선배에게 공연티켓은 사서 공연장에 오고, 음반은 그날 공연할 곡이 담긴 것을 선물로 드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전 근래 보기 드문, 직접 쓴 손 편지(쪽지에 가까운)를 한통 받았다.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그동안 내게 많은 호의를 베풀어준 60대 후반의 노신사다. 지난해 그간의 호의에 감사를 할 겸, 클래식 공연권을 사서 선물했는데, 꽤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의 감사함을 편지로 보낸 것이다. 내용인즉, ‘젊은 시절에 열심히 일만 하느라 앞만 보고 달렸는데, 지난해 그 공연을 보고 참 마음이 벅차오르더라. 이후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취미를 가지게 됐다. 그리고 뒤늦게 삶의 기쁨을 누린다’는 내용이었다.
나이가 들면 사람마다 조금씩 변화가 오는 것 같다. 자극적인 음식보단 담백한 음식이 좋아지기도 하고, 무채색을 즐겨 입던 사람이 점점 화려하고 밝은 색을 가까이하기도 한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 취향도 달라지는 것을 종종 본다. 젊어서 댄스음악이나 록밴드를 좋아하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클래식과 국악을 더 가까이 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건강, 경제력, 여가활동이리라. 건강과 경제력에 쏟는 관심 만큼은 아니더라도, 인생을 윤기나게 해 줄 여가활동을 하나쯤 갖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 중에서 한 번씩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클래식 공연을 보는 건 어떨까. 그동안 사는 데 바빠서 미처 챙겨 듣지 못한 음악의 선율이 우리 삶을 축복해 줄 것이다.
강두용 <수성아트피아 사업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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