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내 인생의 마중물

  • 입력 2012-03-16  |  수정 2012-03-16 07:18  |  발행일 2012-03-16 제18면

2년 전 이맘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일본여행을 떠났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일본에서의 봄은 타지에서 느끼는 낯선 감성적 경험으로 일축하기엔 내 생활에 큰 영향을 줬다.

여행 첫째날, 지인의 소개로 만난 극단 사계의 마케팅담당자와 미팅한 뒤 남은 일정을 오롯이 미술관 관람으로 채웠다. 미술에는 관심이 거의 없던 나에게 당시의 일정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 인생, 현재의 직업에 큰 영향을 미친 마중물이 된 셈이다.

문화를 사랑하지만, 아는 것이 없던 나는 그저 도쿄의 미술관 냄새와 분위기가 좋았다. 미술관이라고 하면 미술 전공자와 여유있는 소수가 즐기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일본에서 만난 미술관은 관람객층이 꽤나 다양했고 작품을 보는 시선이 모두 진중했다. 이런 관람객의 모습 외에 또 하나 눈에 띈 것은 근접한 미술관 세 곳을 연계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국립신미술관, 산토리미술관, 모리미술관 중 어느 한 곳을 방문한 티켓을 제시하면 다른 두 곳의 미술관에서 입장료를 할인받을 수 있었다. 외국인과 외지인에게 쉽게 세 곳의 미술관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여행에 나서기 전 해당지역의 명소를 검색해보고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가는 여행도 좋지만, 여행의 진정한 백미는 길을 잃어보기도 하고, 용기를 내 낯선 길도 가보는 설렘이라 생각한다. 나처럼 발이 이끄는 대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아트 트라이앵글의 상호 할인전략은 단순히 할인전략이 아니라, 다음 방문지를 선택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홍보담당자로 일해보니 아트 트라이앵글의 할인제도는 꼭 활용해 보고 싶은 마케팅기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깊은 샘에서 펌프로 물을 퍼 올리려면 한 바가지쯤의 마중물이 필요한 것처럼 대구지역 문화시설의 공동 마케팅전략이 활성화되려면 홍보마케팅 담당자들이 주기적으로 만나서 함께할 수 있는 전략이 어떤 것이 있는지 의견을 나눠보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획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알리는 홍보마케팅전략이다. 한 기관의 홍보담당자가 실현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많은 홍보담당자가 모여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간다면 대구문화를 좀더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현주 <대구미술관 홍보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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