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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프랑스문화원의 문정관을 만났다. 빨간 립스틱과 빨간 손톱이 화사해 보였지만 정작 내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 것은 중년의 문정관이 신은 꽃분홍색 스타킹이었다. 옷 입는 감각이 남다른 사람을 보면 색채 감각이 뛰어난다는 생각이 든다. 밋밋한 무채색 정장을 생동감있게 바꾼 그녀의 스타일링 방법은 색의 조화였다. 그녀만의 스타일이 잔상처럼 맴돌던 어느날, 한 전시회 오픈행사에서 우연히 그녀를 다시 보게 됐다. 화려하고 개성 넘치는 미술계 인사들 사이에서 그녀는 연겨자색 스타킹, 보라색 구두, 환한 웃음으로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여느 워킹맘과 다르지 않게, 나 또한 무채색 계열의 옷이 많다. 전시회 오픈행사 사회를 맡아야 하는 아침, 평소처럼 무채색 계열의 정장을 걸치고 거울 속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기대와 달리, 거울 속의 나는 스트레스를 가득 받은 차디찬 아줌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과감히 다홍색 원피스로 바꿔 입었다. 평소 즐겨입는 색깔이 아니라 어색했지만 거울 속 모습은 화사하고 에너지가 넘쳐보였다.
모든 색상은 각각 고유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어린 아이를 빨간색 방에 혼자 두면 평소보다 맥박이 빨라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문정관을 떠올리면 생동감을 느끼는 것도 다홍색 원피스로 에너지를 느낀 것도 색상이 가진 고유한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색채는 자연을 토대로 한다.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로 가슴에 멍이 든 아이의 감성을 지켜주려면 어렸을 때부터 자연과 친하게 지내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자연과 친해질 시간이 없다. 심지어 부모와 함께할 시간조차 충분하지 않다. 학교와 학원을 맴돌면서 이동하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것이 유일한 낙인 우리 아이들은 색채가 주는 다양한 에너지를 놓치고 산다.
색채교육은 아이의 감수성 발달과 정서 순화에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대상으로 4년간 실험한 결과, 색채교구를 마음껏 접하면서 자란 아이가 공격성은 낮고 사교성은 높다고 한다. 색채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학원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가까운 미술관을 가거나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색채가 풍부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문현주 <대구미술관 홍보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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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꽃분홍색 스타킹을 신은 그녀로부터](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03/20120323.01018071745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