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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까지는 꽃샘추위 덕분에 봄인데도, 티없이 맑은 날이 많았다. 저녁 7시가 넘으면 목성과 금성이 서쪽 하늘에 함께 나타났다. 남쪽 하늘엔 시리우스와 오리온자리, 동쪽 하늘엔 화성이 떠있어 참으로 아름다운 봄철 저녁풍경이 며칠 이어졌다.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아이들이 밖에서 하늘을 보며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루는 혼자 망원경을 학교 농구장에 설치하고, 금성을 보았다. 금성이 손톱같이 조그만 반달로 보였다. 마침 저녁식사 시간이라 아이들이 몰려왔다. 차례로 줄을 서서 기다리던 아이들이 망원경을 통해 금성이 반달 모양으로 빛나는 것을 보고,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았다. TV에 나오는 것 같은, 근사한 모습을 상상했다가 실망한 아이도 있었다. 또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데 극축을 맞춰 자동추적이 되게 해 놓았는 데도 금성을 놓쳐버렸고, 곧이어 다시 찾는다고 찾은 것이 목성이었다. 그 이후에 줄을 섰던 아이들은 목성을 보게 되었는데 목성이 위성 네 개를 거느리고 있는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했다. 운동장 트랙을 돌던 주민 한 분이 다가와서 “저기 빛나는 것이 인공위성이지요”라고 묻기에 금성이라고 했더니, 매우 놀라워했다. 아이들은 저녁식사를 마치는 종이 울릴 때까지 줄을 서서 목성을 들여다보았다. 남쪽 하늘의 시리우스도, 동쪽 하늘의 화성도 보라고 말했더니 “오늘은 별이 왜 이렇게 많이 보여요”라며 즐거워했다. 길을 오가더라도 땅만 보고 걷고, 밤에도 별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봄이 왔다고는 해도 여전히 추워 내복을 입고 겨울외투를 걸치고 다니지만, 지난 주의 밤하늘을 생각하면 참 기분이 좋다. 별이 그토록 아름다웠던 봄날 저녁은 지금까지 없었다.
길을 지나다 보면 대부분 집의 대문은 늘 닫혀 있다. 간혹 창문이 열려 있었던가. 아이들과 함께 금성과 목성을 들여다 본 것이 학습내용을 확인한 것뿐만 아니라, 망원경으로 하늘의 창문을 열고 금성과 목성에게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함께 보았던 아이들도 그런 마음이면 좋겠다.
김상윤 <경덕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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