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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렸다. 목련이 환하고 아름다운 등불을 내걸었다.
나무가 알맞은 때에 적절한 비를 기다리는 것처럼, 아이들은 점심시간의 맛있는 식사를 기다린다. 맑은 날에는 아이들이 식당 앞에서부터 운동장 쪽으로 길게 줄을 서지만, 오늘은 비가 내려서 식당 옆 건물 복도 쪽으로 줄을 섰다.
점심시간 종이 울리면 입시준비로 바쁜 3학년들이 제일 먼저 식사를 한다. 그러면 2학년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2학년이 식사할 동안엔 1학년들이 서서 기다린다. 결국 1학년은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어떤 아이는 단어장을 들고 외우며 서 있기도 한다. 하지만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이들은 “식당을 좀 더 크게 지었다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텐데”라면서 기다리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3년 전에는 식당이 없어서 교실에서 급식을 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좋아진 것인데, 그 당시 운동장 넓이 때문에 식당을 지금보다 더 크게 지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우리가 고교생이었을 때는 등교할 때 도시락을 두 개 싸와서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싸늘한 밥을 나눠 먹었다. 지금은 학교가 참 좋아졌는데도 학교보다 더 좋은 새로운 시설들이 많으니까 늘 학교는 뒤처진 곳이 된다. 학교가 정말로 좋아지려면 어떻게 돼야 할까. 복잡한 여러 사항이 얽혀 있어서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출산율의 감소로 인해 앞으로 학생수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학생수가 적어지면 점심시간에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겠지만, 그것도 무언가 안타까움이 남는다. 도시지역인데도 학생이 줄어 폐교하는 학교를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기다리더라도 점심이 맛있으면 불만이 적을 것이다. 어떤 날은 만족스럽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반찬이 빈약하고 맛이 없기도 하다. 매일 맛있고 풍족하게 나온다면 참 좋겠지만, 우리가 생활에서 터득한 지혜는 그것이 아니다. 인생에는 쓴맛도 있고 단맛도 있으니 아이들도 그 지혜를 터득할 수 있기를 현재로서는 바랄 뿐이다. 식당에서 수고하는 분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므로.
김상윤 <경덕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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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기다리는 점심시간](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04/20120403.01022072629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