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찔하다는 표현이 아찔합니다

  • 입력 2012-04-04  |  수정 2012-04-04 07:38  |  발행일 2012-04-04 제22면

항상 학생들을 대하기 때문에 언어 사용에 많은 신경을 쓴다. 내 한 마디가 학생을 고무시킬 수도,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의기소침하게 만들 수도, 신뢰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70~80년대에는 음식점에 ‘가든’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유행이었다. 경치 좋은 곳에는 어디든 ○○가든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어느 학교 영어수업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가든의 뜻을 물으니 “불고기집입니다”라고 답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일상적인 지식과 정보는 주변 사람이나 사물과 접하면서 얻게 된다. 특히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청소년들이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경로는 주로 인터넷이나 TV로 변했다.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인터넷 기사를 읽는데, 이것은 문장이 간결해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인터넷 기사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가관이다. 특히 연예 관련 기사의 경우 파렴치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표현이 난무한다. 여신이니, 종결자니, 누군가의 모습이 아찔하다는 표현은 이제 보편화됐다. 이런 표현의 대부분은 여성연예인의 성적 매력을 묘사할 때 쓰인다. 이런 상황이 오히려 아찔하다.

연예 관련 기사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청소년으로 짐작되는데, 이들이 이같은 표현을 접하면서 무엇을 배우게 될까 심히 염려된다. 우리나라 언론, 특히 연예 관련 기사의 언어 사용에 대해 격분하게 된다. 국어사전에서 ‘아찔하다’의 뜻을 찾아봤더니 ‘정신이 갑자기 어지럽고 아뜩하다’였다.

그렇다면 기자는 여성연예인을 보고 갑자기 정신이 어지럽고 아뜩했다는 것인가. 취재하러 가서 그 연예인의 성적 매력에 정신이 어지럽고 아뜩했다는 것인가. 그런데 아찔한 표현은 인터넷 기사에 그치지 않는다. TV를 켜도, 잡지를 펼쳐도,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아찔한’ 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언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나타낸다. 언어는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나타낸다. 나는 아찔한 우리의 문화가 아찔하다.
고선미 <대구교대 음악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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