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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이라면 풍류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한 잔 술이라도 좌석을 즐겁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며, 술기분을 최고치에 달하게 하는 풍류에 현대인들은 약한 것 같다. 풍류와 술이라면 우리는 당연히 두보와 같은 시대에 이름을 떨쳤던 이백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백은 술과 자연을 사랑하는 풍류 속에 멋진 시를 남겨 지금도 우리를 즐겁게 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술좌석이 그리워도 풍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오직 사무적인 이야기와 비판적인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풍류가 없으니 주석이 딱딱해지고, 다투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요즘 술자리에서는 유일하게 건배사를 통해 시대를 인식하고 유머를 즐긴다. 우리 시대의 풍류는 시가 아니라, 건배사인 것이다. 재치있는 건배사는 현실을 반영하고 웃음으로 이어진다. 이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재치있는 술꾼들이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바꿔간다. 건배사를 통해 모두 함께 웃으면서 직장과 단체의 일원이 된 것을 확인하고, 소속감을 느낀다.
술잔을 들고 건배사로 “조통수”라고 하면 좌중은 어안이 벙벙할 것이지만, 곧바로 뜻풀이가 뒤따른다. “조국 통일의 수호를 위하여”라고. 그러면 모두 웃음을 감출 수 없게 된다. 또 “개나발”이란 건배사를 한 뒤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라고 풀이하면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게 될 것이다.
어감이 좋고 유행어이면서도 풀이가 좋으면 가장 좋은 건배사가 된다.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젊은이들은 톡톡 튀는 재능으로 얼마든지 멋진 건배사를 만들어 조직문화에 보탬을 줄 수도 있다. 이제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건배사를 하나쯤 가지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자기의 이미지에 걸맞은 건배사를 만들어 사용하고, 동료들과 만나면 서로의 건배사를 생각하면서 웃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옛말에 ‘청동은 모양을 비추는 거울이지만, 술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좋은 건배사를 통해 한 번이라도 더 웃었으면 좋겠다.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시간을 위하여)!!”
이병욱 <시인·대구스피치평생교육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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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시대의 거울, 건배사](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04/20120405.01019072550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