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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기관에 자료를 제출하느라 새삼스럽게 닥종이 인형에 대해 연구할 기회가 있었다. 닥종이 인형을 학술적으로 다루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고, 그 활용도와 의미를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새삼 느낀 점이 많았다. 닥종이 인형은 한지를 한장 한장 찢어붙여 완성해 내는 한지공예 작품이다. 회화에 비해 공예는 다소 가볍고 기계적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창작자는 분명히 많은 시간과 집중력과 관찰력과 인내력을 투입한다. 대부분의 예술작품이 그러하듯.
강의실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만들던 닥종이 인형의 몸체와 필요한 소품이 널브러져 있다. 말리기 위해 머리만 만들어 거꾸로 매달아 놓은 것도 있고, 어느 정도 완성된 몸체가 젖은 채 누워있는 것도 있고, 반건조된 인형이 세워져 있는 것도 있다. 또 인형의 옷이 입혀져 있거나, 소품이 인형의 손에 들려져 있다. 마치 사람이 되기 위해 기다리는 종이인간처럼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학생들은 인형을 하나씩 만들고, 주제에 맞는 주변상황을 제작하고, 한 무리를 이루는 작품을 완성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진다. 작품에 그들의 생각과 꿈과 미래를 담을까? 작품에 숨겨진 감정과 고뇌와 사랑을 담을까? 아니면 작품에 푹 빠져 무념의 세상에 가 있을까?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그렇게 인형을 만들어 내기만 할까? 등등….
요즘 자신의 생명을 내놓거나 상대를 학대하는 언론보도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혹자는 이를 생명경시현상으로 진단하고, 사회문제가 될까 우려한다. 더러는 일부 계층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자살사이트나 ‘사탄주의(미국의 KKK단 사상을 이은 인간학대주의)’의 현상이라고도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해 봐야 한다. 심지어 생명없는 닥종이 인형을 제작하면서도 철사와 신문지를 사용해 골격을 만든 뒤 그 위에 얇은 한지를 찢어 붙이고 말리고, 또 찢어 붙이고 건조시키면서 공을 들인다. 그렇다면 하나의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인격을 완성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관심과 사랑을 들이는지 고심해야 한다.
김소하 <대구예술대 한국미술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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