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생각의 패러다임

  • 입력 2012-05-04  |  수정 2012-05-04 07:17  |  발행일 2012-05-04 제18면

어릴 때 어머니는 옷을 사자마자 팔꿈치와 무릎에 가죽을 대어 기워주셨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그 옷을 버리지 않고 입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런 습관이 몸에 배어있는지, 지금 가지고 다니는 가방이 7년을 넘어 많이 낡았는데도 불구하고 버리질 못한다.

새 것에 대한 갈망과 열정이 왜 없겠느냐마는 옛 것의 소중함을 지키지 못하고서야 어찌 새 것을 얘기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새 것 또한 곧 옛 것이 되어버리지 않는가. 대한민국은 너무 빨리 새 것에 목말라한다. 그만큼 빨리 성장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과거를 돌아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빠른 변화 속에서 놓쳐버리는 것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고쳐 쓰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이 싸고 편한 시대가 되어 버린 지금, 가장 중요한 생각의 패러다임이 이렇게 굳어질까 두렵다. 일상의 물건을 쉽게 버리듯이, 모르는 사이에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버리지 않는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그 버린 것을 다시 찾으려 할 때 그 것은 이미 없어져 버린 뒤란 것이다.

과거 어려운 시절 예술의 전통과 문화가 있었던 흔적이 새로운 도시계획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사라지는 것도 안타깝지만, 사라지는 것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걱정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오래된 전통과 문화를 바쁜 학업에 밀려 체험하지도 못한 채 이미지로만 배우고 있다. 속도가 빠른 디지털시대를 맞아 이미지로만 모든 것을 기억하는 세상이다. 자연도 사람도 실재와의 만남은 점점 줄어들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통해 이미지와 만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렇게 가다보면 어쩌면 영상에서 음식을 상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난 냉이국을 좋아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만든 맛있는 냉이국을 먹어본 지가 오래되었다. 어머니는 “살아있는 동안 너희에게 얼마나 더 음식을 해주겠냐”고 하시며 가끔 냉이국을 끓여 보내주곤 하셨다. 이런 사랑이 가득한 음식을 어떻게 디지털화할 수 있을까.

오래된 것의 가치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라지고, 이러한 생각의 패러다임이 머릿속을지배한다면 어느 날 어쩌면 우리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우리조차 버려질지 모른다. 새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말이다.

류재민 <화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