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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혜정 <시인> |
곤잘로 로페즈 갈레고 감독의 영화 ‘블루 스킨’에서 요트여행 중인 젊은이들이 자신의 배를 옆에 두고 조난을 당한다. 수영을 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높고 미끄러운 갑판 위로 올라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막막한 바다 한가운데 언제 몰려들지 모를 상어와 불길한 예감을 주는 작은 보트가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바다로 나왔지만, 사방 열려 있는 것 같았던 바다는 순식간에 그들을 가두는 감옥이 되어버린다.
늦은 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막힐 일이 없는 8차로 도로에서 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토바이 한 대가 갑자기 끼어들었고, 택시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택시기사의 노련함 덕분에 정면충돌을 모면했지만, 뒤이어 앳된 모습의 소년이 탄 폭주 오토바이들이 나타났다. 대부분 번호판이 없었고, 신호나 차선도 지키지 않았다. 택시기사가 혀를 끌끌 찰 때 나는 ‘블루 스킨’의 청년과 로드킬을 떠올렸다. 그들은 물리적인 속도 앞에서 육체가 얼마나 허약하고 가벼운지, 또 영혼의 뼈가 얼마나 부러지기 쉬운 존재인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생각이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다른 이들까지 걱정과 위험에 빠뜨리는 무모와 철없음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얼마 전 오토바이에 친구를 태우고 질주하다 충돌사고를 낸 동네 고등학생이 알고 보면 선량한 소년이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도 아니다. 지금 질주하고 있는 청춘의 고속도로는 곧 막다른 골목을 만날 게 분명하다. 그들도 언젠가는 사고의 파장과 이웃의 안위를 염려하는 어른이 될 것이다. 톨게이트를 지나 새로운 환승지대를 만나기 전에 속도를 스스로 줄이지 않으면 현실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리라는 것,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교통경찰에게 단속을 요구하거나, 걱정스러운 눈길을 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블루 스킨’의 젊은이 중 세 명만 구출된다. 어린 폭주족이 겁 없이 내달리는 고속도로와 아름답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루 스킨’의 바다처럼 젊음에게 무방비 상태의 자유는 무섭고 위험한 존재다. 그 곳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최소한 생활의 갑판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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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로드 킬과 ‘블루 스킨’](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05/20120508.01022072000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