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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시를 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한 학생 관람객이 작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미대에 진학하려고 한다는 그 학생은 “학교 상담선생님이 고등학교 2학년까지 공부를 하고, 3학년부터 그림을 그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림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시기는 이를수록 좋다. 자신의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면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는 뜻이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 공부하고, 3학년에 바짝 입시학원에 가서 대학입시 유형을 외우는 식으로 그리는 것은 진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림의 몇 유형을 외우는 것에 불과하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창작을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또 그 입시유형을 외우는 것이 대학에 들어가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창작의 세계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물론 재료, 기법, 구도 등 일부 도움이 되는 것도 있다. 하지만 학생이 깊이 있는 사고를 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어떻게 1년 안에 가능할까. 학교의 상담선생님은 그림을 그리지 않은 사람이 많다. 마치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이 “영어는 이 책만 달달 외우면 외국인과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
미대를 진학한다는 것은 프로가 되는 입문과정이다. 취미로 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하고 자투리 시간에 여가로 하는 게 입시가 아니란 말이다. 그림으로 먹고 사는 프로가 되는 과정이다. 다른 과목은 밤을 새워서라도 해야 한다고 하면서 미술은 마치 암기과목처럼 하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술은 오래 묵힌 장맛과 같다. 오랜 시간 푹 삭혀야 맛있는 된장이 되는 것처럼 생각과 기술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대충 만들어내는 습관은 결코 그 학생을 진정한 프로로 만들지 못한다.
미대는 많고, 해마다 많은 예비화가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미술을 계속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경제적인 이유가 크고, 국가의 정책도 한 몫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서 진지하게 대하지 못하고 대충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술계도 다르지 않다. 이래서는 훌륭한 미술인이 나올 수 없다. 그냥 미술을 빙자한 대학생만 양산되는 것이다.
류재민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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