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정신적 지도자

  • 입력 2012-05-31  |  수정 2012-05-31 07:27  |  발행일 2012-05-31 제19면
[문화산책] 정신적 지도자

어느 조직이든 그 조직 구성원들을 대표하고, 조직을 이끌어가는 장(長)이 있다. 국가조직도 마찬가지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회를 포함해 크고 작은 조직의 장이 존재한다. 그 장은 대개 권력이 가장 센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조직의 제일 높은 자리에 앉아서 권력을 휘두른다고 해서 그 사람이 존경받는 지도자라고 할 수는 없다. 지도자는 조직 구성원들이 규칙에 따라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줌으로써 구성원들이 마음에서 우러나 믿고 의지하는 사람을 말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세속적인 기준으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신분이나 직업, 종교, 이념을 초월하여 국민이 진정으로 의지하고 존경할 수 있는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경우 실권은 없지만 천황, 여왕, 종교지도자, 국가지도자라는 명예로운 자리에 앉은 이가 나라가 어려울 때 국민의 단결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런 나라의 국민은 당파와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애국심을 외치는 지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도자를 존중한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에는 개인이나 파벌의 이익을 앞세우고 이념적 갈등과 빈부간 갈등을 초래하는 위정자만 들끓는다. 그럴 듯한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기에 바쁠 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세태가 이러니 국민의 손으로 뽑은 위정자를 존경하기는커녕, 우습게 보는 시대가 돼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신적 의지처라고 할 수 있는 종교인마저 세속적인 권력과 물욕에 사로잡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국민은 제도적 권력자를 뛰어넘어 국민의 존경과 단합을 이끌어내고, 삶에 지치고 힘들어 하는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정신적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다.

세속적인 권력 때문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어려울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신적 지도자가 아쉽다. 이러한 때 멀리는 김구 선생님과 함석헌 선생님이 생각나고, 가까이는 김수환 추기경님과 성철 스님이 생각난다.

장영재 <마산대 교수·대구대총동창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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