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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였던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란 시에서 2차 세계대전으로 암울했던 시절을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라고 자조적으로 노래했다. 그의 시처럼 우리 또한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으로 지금 이 평화로운 시절을 살게 된 게 아닐까. 현충일을 보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조기를 게양하지 않은 가구가 많았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그들에게서 평화를 물려받은 우리가 그들을 잊어가고 있는 게 아닌지 되돌아보기도 했다.
브레히트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란 시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죽은 그의 친구들을 기렸던 것처럼 나라를 위해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브레히트는 그의 다른 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서 또 노래했다.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라고.
힘들고 어렵게 얻은 이 시절이 ‘토질 나쁜 토양’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바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도 했다. 사실 삶에 대한 두려움 또한 죽음만큼이나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다. 누군가 행복하냐고 물을 때 대뜸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행복한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공기와 물처럼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만일 내게서 사라진다면 어떨까 가정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기준이 판이하다. 그러니 대답해보자. 우리에게서 이 자유와 평화가 사라진다면 어떨까?
다시, 유월이다. 유월은 현충일과 함께 6·10민주항쟁, 6·25전쟁 기념일이 있는 달이다. 우리가 무심하게 살고 있는 지금을 위해 전쟁과 독재의 시기를 어렵게 살았던 세대가 있었다. 한 시절이 가면서 그 때를 기억하는 세대는 늙고, 기억은 점점 희미해진다.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또한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살아남은 우리가 이 땅을 ‘토질 나쁜 땅’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길이 될 것이다.
조혜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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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다시, 유월](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06/20120612.01022072227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