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나는 셰프다

  • 입력 2012-07-03  |  수정 2012-07-03 07:33  |  발행일 2012-07-03 제22면
[문화산책] 나는 셰프다

언제부터인가 요리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 예능프로그램 등이 대중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최근 들어 ‘셰프(Chef)’를 꿈꾸는 청소년이 갑자기 많아졌다.

2012년 현재 대한민국의 식품 관련 특성화고교는 전국적으로 40여개에 달하고, 식품조리 관련학과가 있는 대학도 280개(4년제 200여개, 2∼3년제 80여개)가 넘는 점만 봐도 셰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자녀의 진로를 상담하려는 학부모의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과거 한국사회에서는 요리사를 3D(Difficult, Dangerous, Dirty) 직종 중 하나라고 여겼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접어들어 다양한 외식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그러한 인식은 많이 바뀌게 됐다.

오늘날의 요리사는 더 이상 주방에서 요리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요리 실력을 바탕으로 TV에 출연하는 스타 셰프에서부터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CEO, 요리책을 집필하는 작가, 강단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교수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하다. 아마 이대로 간다면 머지 않아 한국도 요리사란 직업에 대한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10여년간 유학하면서 요리를 배운 이탈리아에서 셰프란 직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대중에게 존중을 받아 왔다. 특히 오랜 세월을 꿋꿋하게 셰프의 길을 걸어온 요리사에게는 예술계의 ‘거장’을 뜻하는 ‘마에스트로(Maestro)’란 호칭을 부여하면서 존경을 표한다. 이들에게 셰프의 음식이란 그의 혼이 고스란히 녹아 숨쉬는 예술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존경받는 요리사가 되려면 끈기 있는 노력과 인내가 동반돼야 함은 당연하다. 요리사도 의사처럼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고 인지하고, 투철한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가져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레스토랑에서의 우아한 식사 뒤에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긴박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요리를 깨끗하게 비운 고객의 접시가 쌓이는 것을 보고, 최고였다는 말 한 마디를 들으면서 다시금 힘이 불끈불끈 솟는 것을 느낀다. 셰프란 직업은 간단히 설명할 수 없지만, 뭔가 큰 매력을 지닌 중독성 강한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셰프다.

박소진 <이탈리아 레스토랑 빠빠베로 대표 겸 총괄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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