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문학과의 동거

  • 입력 2012-07-06  |  수정 2012-07-06 07:25  |  발행일 2012-07-06 제18면

“여보세요. 시노래풍경 진우 선생님이시죠. 저는 인천에 있는 문학단체 사무국장인데요. 혹시 이번 주말에 시노래 공연을 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제가 시 두 편을 보내 드릴 테니까 작곡을 해서 시노래로 불러 주셨으면 합니다.”

얼마 전 어느 문학단체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이다. 이렇게 요청을 받으면 대략 두 주일 안에 작곡을 하고, 완성된 시노래를 행사장에서 부르게 된다. 대충 짐작하겠지만, 필자의 직업은 시인이 만든 시에 선율을 붙여 부르기 쉬운 노래로 만드는 시노래 작곡가다. 그날도 e메일로 받은 시 두 편을 일주일 동안 계속 읽고, 내용과 시인의 감성을 분석해 시노래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노래를 직접 부르는 것도 필자의 몫이다. 인천에 있는 문학단체 행사장까지는 승용차로 왕복 8시간 거리다. 필자는 그 긴 시간을 대개 혼자서 차를 몰고 다닌다.

하지만 정작 출판기념식과 문학공연, 문학제 등 각종 행사장에서 필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7분이다. 노래 두 곡에 필자의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대개의 문학행사는 음향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음향시스템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노래를 부르는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경우도 많다.

무대에서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만족하지 못하면 되돌아오는 4시간은 지옥과 같다. 반대로 만족스럽게 공연을 마치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름대로 행복해 하는 자신을 본다. 이처럼 문학과 함께 뒹굴며 작곡하는 동거 아닌 동거생활을 한 지도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간혹 문학이 아닌 회화와 서예, 서각 등 전시 개막행사에서 공연을 하며 외도를 하기도 하지만, 필자와 문학은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많은 이들이 21세기 인문학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 작가의 철학과 정신이 집약된 문학이야말로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어려움 속에서도 문학과의 행복한 동거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를 사랑하는 여러분, 좋아하는 시인의 시노래 한 곡쯤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진 우 <가수·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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