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열매 수놓기

  • 입력 2012-07-23  |  수정 2012-07-23 07:27  |  발행일 2012-07-23 제23면
[문화산책] 열매 수놓기

꽃은 비슷해도 열매는 다르다. 열매를 보고서야 비로소 꽃을 구별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봄이 되면 매화, 벚꽃, 살구꽃, 사과꽃, 배꽃이 일제히 피어서 그 색만으로는 정확히 구별하기 힘들 때가 많다. 벚꽃이 피었다고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살구꽃인 경우도 있고, 매화인 줄 알았는데 배꽃인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동양화에 점점이 그려진 꽃이 매화꽃인지, 살구꽃인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베갯머리에 얌전히 수놓인 꽃을 으레 매화라 여겼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저 꽃이 살구꽃인 줄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예전에 살던 집 앞마당에 살구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다. 처음에는 그게 살구나무인 줄 모르고 연하디 연한 분홍꽃이 환하게 피어서 매화꽃이 피었나 보다하고 여겼다. 꽃이 진 뒤 작고 파란 열매가 나날이 영글 때조차도 매실이 영그는 줄 알았다. 열매가 제법 단단히 여물고 튼실해졌을 때 점점 붉게 익어가는 게 여느 매실과 달라서 비로소 그 나무가 살구나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파랗게 커갈 때는 열매를 보고서도 그게 살구인지 매실인지 구별하기가 여전히 어려워서 제멋대로 생각하기 십상인 것이다. 그렇게 처음에는 가리기 힘든 것도 관심을 가지면 비로소 그 차이를 분명히 알게 된다. 살구꽃이 매화꽃과 어떻게 다른지, 장미꽃과 찔레꽃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진정한 친구가 친한 척하는 친구와 어떻게 다른지, 또 어떤 말이 진심인지 겉치레인지도.

뭐든 그렇다. 사람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매력이 없는 사람이 없다. 나 역시 사람을 그렇게 조심히 눈여겨 보려고 노력한다. 지치고 힘든 여름, 남에 대한 배려가 소홀해지기 쉽다. 무더위에 살구와 찔레, 장미를 구별하기가 더욱 귀찮아지기 십상인 것이다. 하지만 각자는 살구든 찔레든 자신만의 향기를 가지려고 애쓸 것이다.

예술작품 역시 그렇다. 자신만의 색깔, 향기를 내려고 모든 작가들이 애를 쓰고 있다. 예술하는 사람의 향기는 작품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찔레꽃 한 송이를 수놓아본다.

김영숙 <경일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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