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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일 특선메뉴 구상을 위해 동해안 최대의 전통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을 찾았다. 도심시장에서는 볼 수도 없는 어른 팔뚝만한 생선, 빨간 고무통 안에서 물을 뿜어대며 헤엄치는 오징어, 바닥을 기어 다니는 초대형 문어 등이 눈길을 끌었다. 새벽에 갓 잡아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판매하려는 상인들의 걸쭉한 사투리가 시장통에 울려 퍼졌다. 죽도시장은 분명 그들만의 삶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곳이었다.
어느 나라든 전통시장에 가면 그 지역의 문화를 알 수 있다고 했던가. 필자의 유학시절, 이탈리아 식재료의 이름을 빨리 익히려는 욕심 때문에 매일같이 사전을 손에 쥐고 들락거리던 피렌체중앙시장이 문득 떠오른다.
올해로 13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피렌체중앙시장은 관광명소로 인기가 높다. 한국의 야외 전통시장과는 달리, 건물 내부에 위치한 시장의 1층 중앙에는 몇 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온 유명한 정육점이 있다. 연구소에서나 볼 법한 하얀 가운을 걸치고 손자로 짐작되는 젊은 청년에게 고기 손질법을 가르치는 주인 할아버지의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여유롭게 시장을 둘러보면 뜨거운 햇살을 가득 머금은 채 각지에서 올라온 제철 채소와 과일이 마치 정물화 속의 그것처럼 저마다 화려함을 뽐낸다. 우리네 반찬가게라 할 수 있는 가스트로노미아에서 시식을 청하며 이것저것 물어보면 자신의 비밀 레시피를 쉴 새 없이 늘어놓던 주인 아주머니의 순박한 인심도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피렌체중앙시장은 서민들의 생동감 넘치는 삶을 엿볼 수 있는 데다 지역특산품인 햄과 치즈 등을 기념품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오래전부터 이탈리아는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 관광도시를 중심으로 전통시장 활성화에 주력해 왔다. 다양한 상품 개발로 지역특산품을 테마로 한 축제문화를 보급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그들만의 끊임없는 노력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도 전통시장의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면서 각계각층에서 저마다 다양한 시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강제휴업에 대한 찬·반논쟁이 여전한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전통시장에 대한 우리의 애정 어린 관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박소진 <이탈리아 레스토랑 빠빠베로 대표 겸 총괄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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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전통시장을 돌아보며](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07/20120724.01022072011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