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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애초부터 담장을 필요로 했을까? 우리가 사는 도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벽으로 둘러쳐져 있는 것이 너무 많다. 담장과 철조망 등 물리적 벽이 있는가 하면 이웃, 부모형제, 친구 사이에도 정신적 벽이 존재할 수 있다. 이 벽은 때로는 자기를 방어해주기도 하지만, 벽으로 인해 많은 손해를 입기도 한다.
우리의 주거문화를 살펴보면 과거의 목조주택에서는 문이 나무와 종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소음이나 방범 문제로 인해 돌담이나 울타리를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도시생활에서의 주거공간은 대부분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어져 현관에 튼튼한 철제문이 설치되고, 유리창에 방범창이 덧대어지면서 여간해서는 방범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담장이 쳐진 도시의 골목은 무표정하고 딱딱하며 비인간적인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정원에 있는 식물도 보기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도 골목을 걸으면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을까? 다행히도 대구에서는 1990년대 초반 서구청에서부터 담장 허물기 운동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그 성과가 괄목할만할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이 운동이 확산되면서 이제는 웬만한 농촌지역 면사무소도 담장을 허무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 심지어 담장 허물기 운동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담이 없는 정원은 이웃이 늘 바라보기 때문에 더 가꾸고 손질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고, 이는 육체·정신적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담장 허물기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는 의식의 변화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건 때문에 담장 허물기의 원조는 바로 대구이며, 그 주체는 대구시민이었고, 스스로 우리의 의식을 바꿨다는 사실에 정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일이다.
그런데 최근 담을 허물었던 일부 학교에서 다시 울타리를 설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경계에 울타리가 있는 것이 학생을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는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는데 말이다. 여태껏 대구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던 담장 허물기 운동이 뒷걸음질 치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향후 20~30년 지속적으로 담장 허물기 운동이 추진된다면 대구는 골목마다 계절별로 예쁜 꽃이 피고, 벌과 나비가 찾아오며, 한 켠에 서 있는 나무 아래 벤치에서 시민이 이웃들과 대화하는 도시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보자.
이제화 <코리아랜드스케이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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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담장 허물기 운동은 대구시민의 긍지](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07/20120726.01018072442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