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도시의 오아시스, 가로수

  • 입력 2012-08-02  |  수정 2012-08-02 07:19  |  발행일 2012-08-02 제16면
[문화산책] 도시의 오아시스, 가로수

가로수 한 그루 없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인도를 걸을 때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숲터널로 이어지는 인도를 걷는 경우를 상상해 보면 가로수가 주는 그늘의 고마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는 분지형이라 유난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인도에 자리잡아 길을 걷는 사람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가로수는 영양분과 수분 부족, 매연 등 열악한 생육조건에도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며 우리에게 시원함을 준다. 그래서 그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이런 가로수의 역사는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에 도로와 가로수의 형태를 나타낸 것이 있고, 기원전 10세기경 예루살렘의 솔로몬 궁전에는 아카시아류, 녹나무류 등이 식재되었다고 신약성서에 기록돼 있다.

동양에서는 주나라의 수도 낙양으로 통하는 길에 가로수를 심었고, 여행자들이 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물을 구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는 조선 후기 고종 32년에 각 도(道)의 도로 좌우에 수목을 식재하도록 했고, 그 후 가로수는 도로법상 도로의 부속물의 하나로 조성 관리됐다.

현재도 세계의 유수한 도시들은 가로수를 그 도시의 독특한 자랑거리로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는 개선문과 볼로뉴 숲을 연결하는 넓은 도로 가로수길, 즉, 샹젤리제 가로수길이 조성돼 파리의 상징이 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버킹검 궁전 주변의 도로에 있는 4∼6열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은 여왕이 마차퍼레이드를 할 때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도 청주시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담양군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진주의 벚꽃길 등은 그 도시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구에도 웅장하고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여러 곳에 있다. 달구벌대로(남부정류장∼반월당)의 플라타너스, 팔공산 순환도로의 단풍나무, 앞산 순환도로의 이팝나무, 국채보상공원의 대왕참나무 등은 각각의 개성미를 발휘하고 있다.

옛말에 “미래를 준비하는 자는 뜰에 나무를 심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사는 생활공간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로수의 고마움을 인식하고, 이 여름 뙤약볕에 외로이 서 있는 가로수에 물 한바가지를 주는 아량을 베풀어 보자. 대구시내의 모든 인도가 가로수 그늘로 덮이면 지금보다 온도가 1∼2℃는 더 떨어지지 않을까. 그러면 잠 못 자는 열대야도 줄어들 것이다.

이제화 <코리아랜드스케이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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