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쓰레기 매립지가 대구의 명소로

  • 입력 2012-08-09  |  수정 2012-08-09 07:28  |  발행일 2012-08-09 제17면
[문화산책] 쓰레기 매립지가 대구의 명소로

우리가 매일 먹고 사용한 뒤 버렸던 쓰레기 더미 위에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아와 산책을 하면서 나무와 꽃을 감상하고, 나비와 벌과 새를 만나고 있다. 그곳은 바로 대구시 달서구 대곡동에 있는 대구수목원이다.

수목원은 자연에서 생육하는 식물의 조사·수집·증식·보전을 통해 식물종을 보전하고, 식물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며 식물을 야외나 실내공간에 전시함으로써 시민에게 식물에 대한 정보와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시설물이다. 이러한 시설은 도시민에게 청량제가 되는 소중한 공간이므로 전 세계 대도시에 어김없이 갖춰져 있다.

대구수목원은 1986년부터 5년간 대구시내에서 나온 쓰레기 410만t을 매립한 곳이다. 매립지의 상부에 4~6m 두께의 흙을 덮어 수백종의 나무와 초화류를 심고, 이를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각종 시설을 설치했다. 이에 앞서 쓰레기를 매립하는 과정에서는 분진과 악취, 침출수 등으로 인근 주민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을 수립할 당시 일부 전문가는 혈세낭비라며 반대하기도 했지만,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에 조성된 서울 평화의 공원도 대구수목원을 벤치마킹했다. 대구수목원은 전국의 쓰레기 매립지 이용에서 표준교과서라고 할 정도다.

이러한 소중한 공간을 이용하는 데 아쉬움이 있다면, 시민이 수목원을 공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수목원은 식물을 관찰함으로써 식물의 생태적 특성을 이해하고, 식물에 대한 정보를 얻는 장소다. 그런 만큼 다양한 식물이 심겨 있기 때문에 공원으로 이용할 경우 식물의 훼손은 너무나 자명하다. 식물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작은 외부의 영향에도 상처를 입거나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수목원에서는 식물의 보존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그리고 수목원은 개개 수목의 원형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대구수목원 안에는 나무가 너무 밀식돼 있기 때문에 수직으로 웃자라 수목 고유의 형태를 찾아보기 힘들다. 선진국에 조성된 수목원의 경우 모든 식물이 유목(幼木)에서 성목(成木)이 될 때까지 자라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속적인 보완을 통해 시민이 대구수목원을 찾을 때 식물에 대한 최고의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바란다.

이제화 <코리아랜드스케이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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