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한여름의 축제

  • 입력 2012-08-14  |  수정 2012-08-14 07:23  |  발행일 2012-08-14 제22면
[문화산책] 한여름의 축제

해마다 8월15일이면 우리나라 최대 경축일인 광복절이 돌아온다. 광복과 신정부 수립을 기념하여 대한민국 곳곳에 아름다운 태극기의 물결이 가득 넘치는 이날, 저 멀리 유럽의 이탈리아에서도 시끌벅적한 축제가 한창이다.

성모 마리아 승천 대축일인 ‘페라고스토(Ferragosto)’는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의 중요한 국경일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에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이탈리아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여름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한여름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젊은이들은 바닷가 캠핑장에서 페라고스토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낮에는 비치스포츠로 더위를 날리고, 자정이 되어서야 밤바다에 첨벙 뛰어든다. 이는 성모 승천일에 바다에 들어가면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 영혼을 데려간다는 속설에서 비롯된 이탈리아의 청년문화다.

이탈리아 축제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먹거리가 존재한다. 오랜 역사와 함께해온 이탈리아 전통음식과 상차림이 저마다 뚜렷한 색깔을 지니고 있듯, 페라고스토 축제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야외에서 즐기는 풍성함이다.

필자는 유학시절 피렌체 출신 친구의 초대로 이탈리아 가정에서 페라고스토를 보낸 적이 있다. 이른 아침 온 가족이 성당에 다녀온 뒤 다같이 별장에 모여 토스카나식 전통식사를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남자들이 정원 한켠의 화덕에서 숯불을 피워 두툼한 쇠고기 스테이크와 비둘기고기를 구울 동안, 여자들은 한여름에 딱 어울리는 파스타 샐러드와 과일 타르트를 만들어 3대에 걸친 대가족이 축제의 정찬을 즐기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페라고스토를 여름휴가와 함께 보내려는 이들은 산과 바다의 피서지로 여행을 떠난다. 오븐 파스타나 제철 채소요리를 곁들인 로스트 비프로 도시락을 싸서 산으로 소풍을 가거나, 바다가 훤히 펼쳐진 해변의 멋진 레스토랑에서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먹으며 축제를 만끽한다.

매년 성모 승천일을 기념하는 연주회나 오페라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이탈리아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거리마다 들려오는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흥겨운 춤사위, 두오모에서 울려 퍼지는 은은한 종소리와 어우러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로 한여름 축제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간다.

박소진 <이탈리아 레스토랑 빠빠베로 대표 겸 총괄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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