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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의 일이다. 강의시간에 쫓겨 택시의 뒷문을 열고 “안녕하세요”라며 뒷좌석에 털썩 앉았다. 이어 들려오는 “안녕 못해요”라는 운전기사의 말에 깜짝 놀라 조심스럽게 “기사님, 제가 뭐 잘못했나요”하고 물었다. 그제서야 그 운전기사는 “선수(先手)를 빼앗겼잖아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 운전기사는 “평소에 손님이 승차하면 먼저 인사하는 즐거움으로 운전의 피로를 덜 수 있었다”며 “오늘은 선수를 빼앗겼지만, 손님으로부터 먼저 인사를 받아 기분이 좋아서 일부러 화난 척했다”고 말했다. 그날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가 즐거운 마음으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갈 수 있었다.
인사를 잘하는 사람은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인사를 잘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배려심이 깊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며, 인사를 하다보면 성격도 차츰 긍정적으로 변해간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사성이 밝은 민족이었다. 길을 가다가 어른을 만나면 허리와 고개를 숙이고, 집안에서는 양손과 무릎이 바닥에 닿는 큰절을 했다. 이렇게 인사를 잘하던 우리 민족이었는데, 지금은 인사성이 없는 국민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인사는 예의다. 동방예의지국이던 우리나라가 점점 예의없는 나라가 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영국사람들은 눈만 마주치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Good morning”이라며 말을 건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여행을 가보면 그들이 보이는 친절은 우리를 반성케 한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외국에서 한 행인에게 서투른 말로 길을 물었더니 따라오라는 몸짓을 한 뒤 오던 길을 되돌아가 목적지가 보이는 곳에 이르자, “잘 다녀가시오”라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나에게 길을 가르쳐준 그 사람은 수고를 했지만 분명히 흐뭇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인사는 누구나 먼저 본 사람이 먼저 하는 것이 맞는 듯하다. 아랫사람이라고 반드시 먼저 보았을 까닭이 없으니 윗사람이 먼저 인사를 하면 아랫사람은 미안하고 고맙게 여기면서 더 반가워할 것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잘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먼저 인사하기 운동을 벌여 동방예의지국의 뿌리를 되살려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란 <대구문인화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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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선수를 빼앗겼잖아요](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08/20120815.01022071917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