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도 문화다

  • 입력 2012-08-28  |  수정 2012-08-31 07:29  |  발행일 2012-08-28 제22면

대구 수성구립 용학도서관이 주최하는 ‘직업인터뷰 청출어람 청어람’에서 필자가 요리사라는 직업을 소개하는 강연을 맡게 되었다. 2011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PD, 파일럿, 바리스타에 이어 올해는 영화감독, 조향사, 건축가 등 다양한 전문 직업인이 각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진로 고민에 한창인 청소년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과거 한때 기피직업 1순위로 꼽히던 요리사라는 직업이 오늘날 각광받는 여러 전문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같아 필자는 매우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이처럼 요리사, 즉 셰프의 인기와 인지도가 향상된 사회 분위기만큼 앞으로 한국 음식문화의 전반에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음식은 이제 생존을 위해 배를 채우는 원초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하나의 문화로, 더 나아가 예술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흔히 음식문화의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이탈리아에서 필자가 10여년을 살면서 인상 깊었던 점은 일상의 음식을 빼어난 문화로 승화시켜 자발적으로 즐기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점심이든 저녁이든 가족이 함께하는 풍성한 식사를 중요시한다. 특히 온 가족이 모이는 일요일 점심은 정통 이탈리아 스타일의 정찬을 고수하며 기본 3시간, 남부지방으로 갈수록 더 길어져 4∼5시간 담소를 나누며 천천히 식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이탈리아 사람들은 마을 곳곳에서 열리는 음식축제에 참여하거나, 기념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 드레스를 차려입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즐기는 우아한 식사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기도 한다. 또 미식여행과 와인투어 패키지, 각종 음식박람회를 통해 내국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음식문화를 체험하려 몰려드는 전 세계인을 유치하는 관광상품으로 개발하여 문화산업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 국민의 소득 향상과 국제화된 라이프스타일의 영향으로 TPO(Time 시간, Place 장소, Occasion 목적)에 알맞은 음식을 즐기는 문화가 우리에게도 점차 보편화되는 추세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한국 음식문화의 수준과 가치를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자세와 미래지향적인 사고로의 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특히 맛은 물론, 스토리와 감동이 있는 음식 연구에 매진하여 대중이 음식문화를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셰프들의 몫이다.

박소진 <이탈리아 레스토랑 빠빠베로 대표 겸 총괄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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