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클래식 엄숙주의

  • 입력 2012-09-05  |  수정 2012-09-05 07:39  |  발행일 2012-09-05 제22면
[문화산책] 클래식 엄숙주의

가을을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 음악회가 열리고,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책이 잇따라 출판되고 있다. 예전보다 더 많은 음악회가 열리고, 더 많은 책이 출간되는 데 비해 어찌된 일인지 클래식 음악을 듣는 수요자층은 갈수록 줄어들고 노령화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이미 서구에서 겪었던 현상으로, 우리나라에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려는 사람도 소수에 불과하다. 클래식 음악은 그저 영화나 드라마를 빛나게 하는 배경음악, 카페의 분위기를 돋우는 분위기 음악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 같다.

하긴 굳이 클래식 음악을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은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오히려 속시원하게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대중가요나 다른 대중적 장르의 음악이 더 유용해 보인다. 기분 좋은 술자리나 회식에서 누군가 가곡이나 아리아를 불렀다고 치자. 무르익어가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만다. 한마디로 클래식 음악은 분위기를 망치는 음악, 소통이 안 되는 음악이라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한 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은 쉽사리 클래식 혐오주의자가 되어버린다.

클래식 음악시장이 죽어가는 것은 다름 아닌 ‘클래식 엄숙주의’에 있다. 대중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잘난 체하는 마인드가 원인이라는 말이다. 클래식 음악 종사자 중에는 아직도 ‘클래식은 달라’ ‘클래식은 특별해’라는 시대착오적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이 제법 있는 것 같다. 클래식 음악은 특별하지도 다르지도 않다.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과 마찬가지로, 사람살이의 온갖 희비를 그려낸다. 하지만 몸부터 반응하는 직접적인 음악이 대중음악이라면, 클래식 음악은 영혼이 반응하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클래식 음악은 한때 귀족이 즐기던 고상한 음악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우리는 그 시대 귀족보다 더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산다. 클래식 음악시장이 죽어가는 것은 클래식 음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것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측의 의식과 사고방식의 문제인 것 같다. 대중과의 소통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대중과 거리를 두고자 하는 것이 클래식 음악 종사자들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인간성 상실시대에 클래식 음악이야말로 현대인의 말초적이고 단편적인 정서를 순화시키고, 성숙시키는 의미있는 장르가 아닌가 생각한다. 클래식 귀족주의가 클래식 음악의 높은 수준과 격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도인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대중 및 대중문화 장르와의 의미있는 소통에 대해서도 좀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서영처 <시인·영남대 교책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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