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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외국여행을 다녀온다. 놀러다니는 게 아니라, 화가로서 작업의 소재를 찾기 위해서다. 때로는 전시회 때문에 가기도 한다. 얼마 전 몇명의 선후배 화우(畵友)와 전시회를 겸한 몽골 여행을 하고 왔다.
집결지에서부터 커다란 가방에 짐을 잔뜩 싸오는 화우들을 보고는 속으로 살짝 웃음이 났다. 경험상 그 속에 뭐가 들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입맛이 조금은 까다롭지만, 집을 벗어나기만 하면 ‘야전형’ 체질로 바뀐다. 김치나 고추장이 없어도, 얼큰한 뭔가가 없어도 나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수의 여행객은 입에 밴 맛의 그리움을 좀처럼 떨치지 못한다.
몽골과 우리나라는 언어와 풍습, 생물학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언어학으로는 우랄알타이어족으로 어순이 같고, 풍속에서는 우리의 서낭당과 몽골 초원의 오보(원뿔 모양의 돌무더기)가 비슷하다. 전통혼례에서 연지곤지를 찍고 족두리를 쓰는 것도 닮았다. 생물학적으로 신생아 엉덩이에 나타나는 푸른반점을 흔히 몽고반점이라 하는 것도 동질적 요소가 많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그들은 술을 내어 손님을 접대하기 좋아하면서 자신을 쉽게 개방한다. 우리 일행이 한 농가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온 가족이 나와서 낯선 이방인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는 따뜻함이 남아 있었다. 기질 또한 비슷해 차를 급하게 모는 습관까지도 나에겐 익숙한 일이었다. 오십이 가까운 우리 또래 사람에게는 어릴 적 문지방을 딛고 서 있다가 꾸중을 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몽골사람들은 단시간에 해체와 조립이 가능한 ‘게르’라는 천막집에서 초원생활을 하는데, 몽골사람들에게 게르를 드나들 때 문지방을 밟는 것은 금기시돼 있다. 또한 게르 안에서는 휘파람을 불지 말아야 한다. 액운을 부르기 때문이란다.
몽골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금기가 많은 땅이다. 할머니와 어머니에게서 무수히 들었던, 하지 말라던 행동이 몽골과 다르지 않음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는 앞으로 몇 차례 더 몽골 초원에 서 보려 한다. 우리가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것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곳에…. 다음에 몽골을 찾을 날이 기다려진다.
허성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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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몽골이라는 나라](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09/20120907.01018070841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