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저는 장미동에 살아요

  • 입력 2012-09-18  |  수정 2012-09-18 07:22  |  발행일 2012-09-18 제22면
[문화산책] 저는 장미동에 살아요

1980년대 가수 이용의 대중가요 ‘서울’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그 길에서 꿈을 꾸며 걸어가리라. 을지로에는 감나무를 심어보자. 감이 익을 무렵 사랑도 익어 가리라. 빌딩마다 온갖 새들을 오게 하자. 예쁜 꽃을 피게 하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모여 살아야 하고, 서로 재화를 교환하며 살아간다. 도시는 많은 사람이 모여 형성된 곳이다 보니 편리한 점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면서 인구가 밀집되고, 땅값이 올라가고, 건물은 자꾸 하늘로 치솟는다. 도시는 인간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반면, 인간에게 삭막함과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 흔히 “은퇴하면 조용한 시골에 가서 농사지으며 살거야”라는 사람이 많다.

콘크리트벽은 열섬현상을 낳고, 조망을 해치며, 바람길을 막는다. 또 폭우가 쏟아질 때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해 물난리를 겪게 한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아파트도 편리함을 주지만, 도시의 삭막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도시의 역기능에 저항한다. 담장 허물기, 도시농업, 옥상 가꾸기 운동 등으로. 올 5월부터 시행된 도시농업육성지원법에 힘입어 앞으로 도시농업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농업의 본래 목적이 먹을거리를 찾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동성로에 흐르는 실개천은 이러한 의미에서 참 좋은 경험을 시민에게 제공한다. 아주 잘 된 작품이다. 도시의 희망은 비도시적 요소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파트의 동 명칭을 101동, 102동 등 아라비아숫자로 나타내는 것에 불만이 많다. 동 이름을 꽃이나 나무 이름으로 하면 더욱 더 친근감을 줄 것인데, 전국 어디서도 도시의 삭막함을 벗어나 친근감을 줄 수 있는 동 명칭을 가진 아파트를 본 적이 없다. “저희 집은 장미동 501호예요. 장미동은 벽면에 장미가 그려져 있어요”라며 친구를 초대하는 대화를 생각해보자. 코스모스동, 백합동, 무궁화동이라고 하면 도시 사람들의 감성 순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용의 노래처럼 나무 이름을 사용해도 좋을 듯하다.

“부동산경기가 나쁘다”고 하소연하는 건설업체도 차별화 전략으로 생각해 볼 만하다. 이러한 차별화 전략을 도입한 아파트가 점점 많아진다면 도시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 벽면에 그려진 꽃을 보고, 새가 날아올지도 모른다.

김대봉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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