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 입력 2012-09-21  |  수정 2012-09-21 07:19  |  발행일 2012-09-21 제18면
[문화산책]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주변 사람이 지나친 호기심을 보여서 당황한 경험은 누구나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호기심은 인류의 문명을 발달시킨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약간 방향이 비틀어지면 사람을 난감하게 하고 불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것은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이 아닌 사적인 호기심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대체로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신앙을 가진 단일민족이 더불어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개인 간의 거리는 매우 가까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질문도 거리낌 없이 한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아파트에 살면 몇 평인지, 얼마를 주고 샀는지, 지금 시세는 얼마인지, 어떤 차를 타는지…. 갈수록 점입가경의 질문이 이어진다. 등산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끼리 가벼운 눈웃음을 나누기도 하고, 인사말을 건네는 건 아름다운 행동이다. 그러나 처음 보는 길동무 사이에서도 몇마디 오고가다보면 어김없이 무슨 일을 하는지,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맞벌이를 하는지, 자녀는 몇이나 뒀으며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등 아주 작심을 한 듯 질문을 퍼붓는다,

이런 상대방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고, 화가 난 경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명절에 친척이 모이면 어김없이 결혼하지 않은 처녀총각에게 왜 결혼을 하지 않았냐고 묻거나, 취업하지 못한 젊은이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럴 땐 오히려 무관심하게 대해주는 것이 나을 법한데도 말이다.

한국인의 호기심이 유별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누구네 부엌 살림살이까지 훤히 알던 그러한 농경국가도 아니고, 단일민족국가도 아니다. 세계화를 모토로 하는 산업국가이며, 다민족국가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다른 문화나 다른 인종을 접했을 때 지나친 호기심보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사생활에 대해서는 적당하게 눈을 감고, 귀를 막았으면 한다. 개인 사이의 거리를 무시한 불쾌하고 공격적인 질문이 타인에게 깊은 상처와 모욕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

허성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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