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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여행과 그림에서만큼은 예외다. 약간 다른 시각으로 보거나, 독창적인 방법을 시도하는 것을 즐긴다.
‘로마는 마지막에 가라’는 말이 있다. 로마를 본 눈으로 다른 곳을 보면 실망하기 때문이라는데,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의 해외여행은 로마에서 시작되었다. 과연 세계문화유산 최다등록 국가인 이탈리아의 고대도시 로마는 도시 전체가 문화재이자 관광자원임에 틀림없었다.
유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거대하고도 화려한 각종 건축물은 나름의 이름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노예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웅장한 대리석 건축물들이 소박하지만 아담하고 정감어린 우리의 전통건축에 비해 그다지 좋다거나 이들의 문화가 우리 문화보다 월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쩌면 편협한 나의 독선이거나 배타적 애국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여러 가지 판에 박힌 사고방식이나 독선적으로 체계화된 지식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은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르네상스 시대의 3대 화가는 누구인가’라고 묻고, 정답으로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라고 기대하는 식이다. 이 세 사람이 르네상스 시대의 대화가였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나는 이탈리아를 포함해 유럽 각지를 여행하면서 박물관을 찾아 이들의 작품을 직접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못지않은 르네상스 시대 작가들의 작품과 자주 마주친 경험도 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 상을 보고도, 라파엘로의 마돈나 상을 보고도 이 그림의 이름값이 과장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만 한 그림을 그린 화가가 이들 외에도 여러 명 있다 해도 어불성설은 아닐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3대 화가니, 로마의 4대 성당이니 하는 독선적으로 규정된 지식은 다른 인식이나 평가기준이 들어설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횡포라는 생각도 스친다.
주입식 교육과 기성세대의 선입관이 여전히 내 의식을 지배하고 있음에 혼란스럽다. 그래서 미리 규정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각자의 창의적인 견해나 안목을 키우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뒤집어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다.
허성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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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제약의 틀에서 벗어나자](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10/20121012.01019072503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