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생의 이별

  • 입력 2012-10-25  |  수정 2012-10-25 07:31  |  발행일 2012-10-25 제19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삶과 죽음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인간에게도 두말할 나위 없는 진실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순간이지만, 이를 두고 펼쳐지는 해석은 철학적이든 의학적이든 다양할 수밖에 없다.

종교적으로도 살아있는 이들의 죽음에 대한 해석은 세계적으로 엄청난 문화형태를 갖추게 만드는 통과의례 성격을 띠고 있다. 아프리카 오지의 원주민과 첨단문명을 자랑하는 동양권의 선진국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행사는 선조들의 역사를 압축하는 문화 형태로 표현되기도 한다.

최근 시골의 장례의식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이웃의 어른이 임종 직전에 아들 딸 며느리 손주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건하게 세상을 떠났고, 남은 이들은 이를 슬퍼하면서 장례를 치렀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런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병원의 시스템이 이같은 장례문화를 용인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삶에서 마지막 순간을 대하는 분위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건하고 엄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의 임종문화는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병원의 기능을 몰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1960년대와 70년대까지 죽음은 우리의 일상과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펼쳐진 절차였지만, 병원에서 이뤄지는 죽음은 우리와 멀리 떨어진 의료 관계자만의 행위로 구분된 듯하다. 자칫 죽음이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전락하는 듯하기에 하는 말이다.

철없던 어린 시절 시골의 장례는 또 다른 문화행사에 다름 아니었다. 죽음은 곁에서 바라보지 못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언제나 일어나는 일상의 철학이 담긴 자연의 순리가 순환의 법칙으로 운항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기웅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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