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느리게 사는 삶을 위해

  • 입력 2012-10-26  |  수정 2012-10-26 07:28  |  발행일 2012-10-26 제18면

오늘날처럼 스피드를 중시하는 때가 있었을까. 소위 문명의 이기는 우리의 삶을 아주 편리하게 만들었고, 짧은 시간에 보다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주었다. 반면, 사람으로 하여금 늘 부질없이 조급한 삶을 살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이같은 스피드의 시대에 바삐 움직이지 않고서야 어찌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가 있으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듯 조급해한다.

과학의 급속한 발달이 인간의 평균수명을 늘려주었다. 급속한 경제개발은 의식주를 포함한 삶의 질을 크게 개선시켰다. 장수와 생활의 편익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한, 과학문명의 빠른 발달은 늘 환영받을 것이 분명하다. 모든 것을 바로 처리하려고 하고, 즉흥적인 것에만 마음을 쏟기 때문에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애호하기에 이르렀다. 또 마음의 양식이 되는 책읽기 대신에 텔레비전 보기나 컴퓨터게임하는 것으로 대체되기에 이르렀다.

비록 일상에서는 이런 문명의 이기를 어쩔 수 없이 용납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사고까지 인스턴트화하거나 조급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건전한 방법 중 하나가 평소의 생각을 글로 챙기는 습관이 아닐까 싶다. 글을 쓰는 행위는 마음을 느긋하게 가다듬게 해준다. 글쓰기가 한곳에 집중을 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행위는 건전한 독서가 선행되어야 하고, 치밀한 사고력과 통찰력, 그리고 설득력 있는 자기 표현력을 필요로 한다. 이것들은 모두 느긋한 사색이라는 여과장치를 통과하는 동안 다듬어질 수 있다.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고 빨리빨리 다니는 것과 걸어서 다니는 것은 재미와 감동에서 큰 차이가 있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느릿느릿 우직하게 가는 길이 남이 보기에 바보스러워 보일지라도 그 어떤 약삭빠름보다 더 값진 것이라는 확신이 내게는 있다.

더 이상 빠름을 추구하지 말고, 몸과 마음을 쉬게 하면서 느리게 살아가는 습관을 들여보면 어떨까. 느려지면 더 많이 생각하게 될 것이고, 남을 배려하는 여유도 더 생길 것이다. 무조건 느리게 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빠름이 필요할 때는 빨리 가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을 빠르게 처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허성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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