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정말 이런 울림 큰 공간이 골목 곳곳에 숨어 있었다니 놀랍다”

  • 입력 2012-11-02   |  발행일 2012-11-02 제34면   |  수정 2012-11-02
건축디자이너 최겸의 ‘대구 도심가을’ 동행취재 소감
20121102

건축디자이너 최겸씨가 위클리포유의 요청으로 가을 묻은 대구 도심 공간미학의 허와실을 점검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동행취재에 나섰다. 다음은 최 디자이너가 보내온 글이다.



가장 인상적인 건 북성로 공구골목에 있는 카페 삼덕상회였다. 적산가옥을 개보수해서 지난 역사의 한자락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북성로의 삭막함을 삼덕상회가 잘 덮어주고 있었다.

적산가옥을 팽개치지 않고 현대풍으로 보존하려고 한 관계자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대구에 이런 울림 큰 공간이 골목 곳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몰랐다. 종일 큰 현장 공부를 했다.

도심재생사업의 핵심은 낡은 걸 현대 버전으로 반죽하는 일이다. 하지만 항상 상상력과 자금이 충돌한다. 새로 짓는 일보다 오래된 걸 새롭게 부활시키는 게 더 어렵다.

삼덕상회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실내건축미학에 대한 고민보다 도심재창조를 하겠다는 의욕이 더 앞선 것 같다.

정면의 경우 기존 철거과정에 생긴 고재(古材)를 이용해 간판 등을 더욱 품격있게 설치할 수 있는데 그러질 못했다. 2층 다다미방 재현처럼 1층도 그 시대의 일부를 표현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예컨대 흔히 볼 수 있는 목재, 장식용 철제테이블보다 세월이 묻어나는 고재 장식, 북성로에서 쉽게 제작가능한 투박한 철제테이블 등으로 마감이 이뤄졌더라면 카페가 더 그윽했을 것 같다.

요즘 북성로 등 중구 곳곳에서 도심재생사업이 한창이다. 실내건축디자인을 하다보면 경제적 가치만을 위한 트렌드한 디자인을 요구하는 클라이언트가 꽤나 많다. 이로 인해 돈 안들고 트렌디한 건물을 지으려는 심리가 지배적이다. ‘베끼기 경쟁’이 가열되게 된다. 자연 천재적 디자인이 ‘사망선고’를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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