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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많은 시련이 앞을 가로막는다. 마치 죽을 것 같은 고비에도 다시 힘을 내서 노력하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천연염색을 연구하노라면 식물의 삶을 관찰하고 들여다볼 기회가 많다. ‘닭의장풀’, 일명 ‘달개비’란 이름을 가진 풀이 있다. 이 풀은 마디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디가 잘리면 죽는 것이 아니라 마디마디에서 다시 뿌리가 돋아나 더 많은 개체로 번식해 꽃을 피운다. 그 희고 푸르스름한 꽃의 아름다움은 풀이 겪은 시련을 이겨낸 보상으로 보인다. 이 풀에는 죽음이나 절망이 새로운 생명, 곧 희망으로 이어진 셈이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이들이라면 추억 속에 있는 보리밟기를 떠올려보라. 내게는 새싹을 밟으면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까치발로 보리싹을 살살 밟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선생님으로부터 “새싹을 꼭꼭 밟으라”는 야단을 맞기도 했다. 나는 ‘예쁜 보리싹을 왜 그리 꼭꼭 밟으라고 호통치는 것일까’라고 무척 의아하게 생각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보리밟기가 겉으로 드러난 새싹을 밟아 죽이는 게 아니라, 뿌리가 얼어죽지 않도록 희망의 숨결을 살려두는 농부들의 지혜라는 걸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염색도 마찬가지다. 천연염색은 염색할 때마다 색상이 약간씩 달라진다. 염색 재료의 양을 얼마나 넣느냐, 염재에 천을 담그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천연염색은 한 번 염색으로 맘먹은 대로 색이 나오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처음 나온 색 위에 또 다른 색을 입히고 입히다 보면 바랐던 색에 가까워지고, 어떨 땐 바랐던 색보다도 더욱 신비롭고 오묘하게 물들여지기도 한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여 자연을 닮은 오묘한 색감을 찾아냈을 때의 보람은 더욱 크다. 그리고 그런 색감이 더욱 많은 사람의 호평을 받는다. 역경에 굴하지 않고 이겨낸 의지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존 호머 밀스는 “삶이란 우리의 인생 앞에 어떤 일이 생기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가다 만나는 모든 역경에서 부정적인 면을 보기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절망을 이길 수 있다.
문영숙 <햇님달님 천연염색공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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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절망을 이기는 법](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11/20121108.01019072655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