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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혹독하고 매서운 바람이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차가운 날씨를 대신하듯이 겨울꽃은 화려합니다. 마치 겨울의 추위를 화려한 빛깔로 녹여주는 듯합니다.
이런 겨울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기다려지는 꽃이 있습니다. 바로 라넌큘러스와 아네모네입니다. 동글동글한 얼굴이 귀여운 데다가 빨강, 노랑, 오렌지, 살구, 핑크, 그린, 화이트 등 다양한 색상에 여러가지 크기와 모양을 가진 라넌큘러스는 누구라도 거부하기 어려운 꽃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와 손잡고 등장하는 아네모네 역시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이 두 녀석은 무려 반 년 동안 시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봄이 되어 새로운 꽃이 등장할 때 즈음, 조금 지루하다 싶을 때 우리 곁을 떠나갑니다. 그래서 지루한 듯하다가도 다음 겨울의 첫 만남을 가졌을 때는 여행에서 돌아온 애인이라도 만난 양 설렙니다.
겨울의 한파 속에서도 꼿꼿이 피어나는 시클라멘도 오히려 추운 겨울을 기다렸다는 듯이 화사합니다. 꽃의 운명도 저마다 다르게 타고나는 법이겠지만, 눈이 내리는 차가운 겨울에 피어나는 시클라멘을 보면 다른 꽃은 엄두도 못 내는 계절에 피어나 향기를 가득 채워주기에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또한 겨울의 약간은 칙칙하고 회색빛 도는 하늘 아래 환한 색을 자랑하는 레몬라임도 아름답습니다. 고운 빛깔로 우리의 마음을 환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겨울이라는 계절조차 상상하지 못할 고운 색의 마법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를 잠시나마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지요. 그 빛깔은 속 깊은 태양이 만들어내는 빛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활짝 핀 꽃이 시들어, 보기에는 죽는 것처럼 보여도 다음에는 새로운 꽃을 피웁니다. 오히려 묵은 것을 시기에 맞추어 떨쳐내고 새로운 잎을 피워내는 그 모습이 대견하게 보입니다. 이런 꽃의 모습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꽃이 시들어 있는 것은 새로운 싹 틔우기를 위해 잠시 쉬어가는 것이니까요.
살다보면 힘겨운 세상사에 버거운 일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잠시 눈을 감고 쉬는 것이 현명합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한, 영원히 끝나는 것은 없습니다. 이런 세상의 진리를 꽃은 어찌 그리 잘 아는지, 그래서 늘 꽃에서 배움을 얻습니다.
정유연 <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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