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끼니에 대한 가벼운 은유

  • 입력 2012-12-18  |  수정 2012-12-18 07:36  |  발행일 2012-12-18 제23면
[문화산책] 끼니에 대한 가벼운 은유

‘공복(空腹)이 내 몸을 살린다’라는 다소 과격한 문장은 요즘 장안의 화제인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의 책 ‘1일 1식’의 대표 문구다. 사실 ‘공복’은 익숙하고 싶지 않은 단어다. 아마도 ‘공복에 두 알 복용’ ‘검사 전 12시간 공복 유지’ 같은 병원 처방에 대한 불안한 경험 탓일 것이다. 그게 아니어도 뱃속이 빈다는 것은 전혀 반갑지 않다.

그것은 끼니의 결핍이고, 결손이기에 그러하다. 오죽하면 조상님도 ‘공복에 인경을 침도 아니 바르고 그냥 삼키려 한다’고 했을까. 인경이 무언가. 큰 종이다. 얼마나 크냐 하면 보신각에 매달린 일만팔천근짜리 종이 바로 인경이다. 그 종이라도 먹어야겠다고 덤빌 정도면 공복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상태인지 말로 보태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니 ‘공복’이 사람에게서 제일 먼저 빼앗아가는 것은 자존감이겠다. 한데 공복이 오히려 몸을 살린단다.

사람 몸의 감수성을 논한 조사가 있었다. 장기(臟器)와 뇌는 감수성 면에서 그 예민한 때가 구별되는데 장기의 감수성은 낮에, 뇌의 감수성은 밤에 높아진다는 내용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아침이나 낮에 마시는 술은 몸에 영향을 주고, 밤술은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기로는 낮술이 더하다고 결론을 지었다. 물론 이것은 아비 어미도 몰라보게 만든다는 낮술의 해악을 따져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은 끼니에도 해당이 되어서 활동시간인 낮의 공복은 때때로 사람의 몸을 위험한 지경으로 몰고 가기도 하며, 심지어 무리한 절식이나 단식은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살리고 죽이고, 이런 식의 접근이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끼니에 대한 철학은 있게 마련이다. 물론 그 철학은 건강이나 미용에 문제만 생기지 않는다면 얌전히 무의식에 머문다. 다만 유념해야 할 것은 그 철학이 지극히 개별적이며 체험적이기 때문에 논쟁이나 설득보다는 인정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누군가는 하루 한 끼 밥으로도 생활이 가능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루에 다섯 끼니의 국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끼니의 문제만큼은 휘두르려 해서도, 휘둘려서도 아니 된다. 내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은 오로지 내 몸의 말이다. 그나 너의 몸이 아니라, 바로 내 몸 말이다. 유일한 당신의 끼니를 응원한다.
김진규<소설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