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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에 아담하게 자리한 2층 양옥집이 쉼터다. 상담과정에서 행위자와 분리가 필요한 응급사례로 판정되어 일시적으로 모시게 되는 학대 피해 어르신들의 보금자리다.
쉼터는 3개월간 거주를 원칙으로 하며, 사례종결이 어려운 경우 1개월간 연장이 된다. 시의 전폭적인 재정지원으로 기본적인 의식주 제공과 상담을 위해 4명의 상담원이 24시간 어르신들을 잘 보살피고 있다.
쉼터는 행위자와 분리된 특성상 출입이 제한적이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은 없어도 알음으로 후원품도 전달된다. 쉼터의 순기능은 생활에 불편 없이 편안하게 지내면서 심신의 안정을 찾는 곳이라는 것이다. 전문가의 개별·가족 상담과 미술, 음악, 원예, 국악, 요가 등의 치유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심리적 안정을 위해 연극, 영화관람 등 문화생활과 나들이도 하고 텃밭과 실내 재배기에서 꽃과 채소를 키워 수확의 기쁨을 드리기도 한다.
또 쉼터에서는 의료기관의 건강검진과 일상적 치료 및 혈압, 혈당 검사 등 건강증진도 병행하여 만족감을 높인다. 어느 날에는 이질적이고 상처받은 어르신들이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간 말 한 마디에도 얼굴을 붉힌다. 반찬 하나에도 일희일비하시는 일상을 보면 ‘늙으면 아이가 된다’는 말을 실감하기도 한다.
쉼터는 퇴소 후 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가족관계 회복과 지지체계를 마련하는 과제도 갖고 있다. 행위자와 주변 가족을 계속 상담하며 법률, 의료, 관련기관의 협조를 얻어 직·간접적인 지원체계도 구축한다.
쉼터에 온 후 가장 잘 된 케이스는 가족관계가 회복되어 원가정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자녀의 부양비 부담을 담보하고 지지체계가 확실해서 독립하실 때도 좋다. 퇴소하실 때 어르신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나면 할 일을 다 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질병 등으로 부득이하게 시설로 모실 때는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쉼터가 운영된 지 2년이 지났다. 많은 어르신이 웃으며 여생의 행복을 찾아 떠났고 내일은 또 다른 사연의 어르신이 입주할 것이다.
2층 창에 불이 꺼진다. 가족과 떨어져 힘들었던 하루 일상을 접고 잠자리에 드셨다. 아픈 가슴 안고서도 못 잊어 하는 아들, 며느리, 딸, 남편을 꿈속에서나마 만나는 행복한 밤이다.
석용규 <대구시 노인보호전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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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쉼터의 하루](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03/20130322.01018071958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