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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매일 물을 주고 진영이가 말 잘 들으면 꽃 핀다.”
“정말!”
도시에서 살다 3월 초 군위로 산촌유학을 온 시은이와 엄마가 생활교사로 있게 되어 따라온 진영이는 떨어진 나뭇잎 두 개를 주워 땅에 묻고 물을 주었다. 6학년 시은이가 일곱 살 말썽꾸러기 진영이를 놀려주려는 심사였다. 진영이는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었다.
“엄마, 내가 말 잘 듣고 여기에 매일 매일 물을 주면 꽃 핀대.”
“누가 그래?”
“시은이 누나가 그랬어.”
엄마는 살짝 속이 상하면서 꽃이 피지 않아 아이가 실망할까봐 걱정도 되었다. 산촌유학원의 바쁜 일상에 밀리고, 어떻게 말해야 하나 생각하다보니 며칠이 흘러버렸다. 주말이 되어 열심히 물을 주던 진영이는 엄마에게 대신 물주기를 당부하며 할아버지 댁에 가고 없었다.
“꽃피는 풀이 뭐예요?”
“이것도 꽃이 피어요? 꽃이 어떤 색깔이지?”
진영이가 넓은 운동장 곳곳을 헤매고 풀을 찾아다니면서 문깡 선생님께 물었다. 그리고는 흰색 꽃이 핀다는 풀을 진영이가 나뭇잎을 묻었던 자리 옆으로 옮겨다 심고 물을 주었다.
“예쁜 꽃이 피면 좋겠다.”
시은이는 기도하듯 중얼거리며 다른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다.
시은이의 목소리가 운동장에 울려퍼지고, 작은 풀 한 포기가 금방 뿌려진 물기를 머금고 햇살에 반짝이는 오후, 일곱 살, 열한 살짜리 아이 둘을 데리고 시골로 들어와 밤마다 조금씩 흔들리던 진영 엄마의 마음에 또 한 가닥 뿌리가 자라고 있었다.
군위간디문화센터 작은 도서관에 동화책을 배달 갔다가 만난 풍경이다. 여럿이 함께 살아간다는 건 그만큼의 많은 거울을 갖는 것이리라. 조금만 기다려주고 믿는다면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게 된다. 봄 햇살 좋은 날 오늘쯤, 죽은 나뭇잎에서 하얀 꽃이 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은주 <문학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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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산촌유학원, 그 뜰에 꽃이 피었을까?](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04/20130401.01023073206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