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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가 분주하다. 어르신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화장대 앞에서는 오랜만의 분단장이 뜻대로 안 되는지 연신 지우고 고치기를 반복한다. 한껏 멋을 내 화사하게 달라진 모습에 봉사자들의 찬사가 연신 쏟아진다.
오늘은 연극 ‘품바’ 공연을 보러 가는 날, 오랜만에 외식으로 곰탕을 먹는데 국물 한 방울 안 남긴다. 왕성한 식욕은 마음만 아플 뿐, 건강한 모습이기에 다행스럽고 보기에도 좋다.
예전 어려웠던 시절, 각설이는 시장터나 골목길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다. 각설이 타령과 구전 민요, 삶의 애환을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그려냈으니 아련한 향수로 다가올 것이다.
영혼을 부르는 구성진 각설이 타령의 가락을 쫓아 그 시절을 회상하며 웃고 울고 박수 치는 사이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 공연의 여운을 뒤로한 채 오는 길, “그 시절엔 깡통 든 거지가 참 많았는데” “그땐 살림살이가 참 어려웠지” “인정은 있었는데” “구성진 타령에 자꾸 눈물이 나데” 등 한마디씩 감상평이 이어진다.
이구동성으로 “서커스 구경은 했어도 연극은 생전 처음 봤다”는 말에 가슴이 아려 왔다. 너무나 팍팍한 삶을 살았다는 선입견과 넉넉지 않은 쉼터의 살림살이를 핑계로 문화예술을 사치로 여기고 등한시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한류가 아시아의 중심에서 세계 속에 뿌리 내리는 문화 강국을 자처함은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국민의 힘이 근원일 것이다. 문화바우처를 통해, 또는 기획사들이 무료 관람의 기회를 소외계층에 확대하는 제도적, 자발적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쉼터는 소수의 소외계층에서마저 제외되어 문화예술의 향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6월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지역에서 공연된다. 처음 보는 뮤지컬의 감흥도 마음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으로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될 텐데 아쉬움이 크다. 한편의 연극이 주는 감동에 모든 시름 다 잊고 행복에 겨워하는 밝은 표정에서 아픈 상처는 잠시나마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꽃바람에 실려 오는 봄맞이를 겸해서 영화관이라도 함께 찾아야겠다.
석용규 <대구시 노인보호전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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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품바의 추억](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04/20130405.010180715510001i1.jpg)



